이탈리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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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거짓된 삶일상/book 2024. 10. 7. 13:24
어른들의 세상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분별력 있는 그들의 머릿속과 지식으로 가득한 그들의 몸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무엇이 그들을 파충류보다도 못한 믿을 수 없는 동물로 만들어버린 걸까.―p. 185~186 그날 로베르토는 꽃잎으로 사랑 점을 칠 때처럼 한 단어를 수없이 반복해서 말했는데 그것은 바로 ‘죄책감’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 기억만은 확실하다. 로베르토의 말을 들으니 그 단어가 낯설게 느껴졌다. 로베르토는 죄책감의 의미를 바로잡고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죄책감이 흐트러진 존재의 조각들을 꿰어줄 바늘이라고 했다. 로베르토는 죄책감이 자기 스스로에 대한 날선 경각심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했다.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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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남작일상/book 2021. 1. 9. 21:08
“만약 어떤 사람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여 진정한 자신으로 남지 않는다면 사랑은 존재할 수 없는 거야.” ...... ‘하지만 나 혼자 있어야 한다면 내 본래 모습으로 있는다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 이게 바로 코지모 형이 하고 싶은 말이었다.—p. 271 앞서 읽은 이탈로 칼비노의 「반쪼가리 자작」과 비슷한 설정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반쪼가리 자작」에는 선악의 대립과 조화가 다뤄지는데, 「나무 위의 남작」에서는 ‘나무 위의 세상’과 ‘땅 위의 세상’으로 세계를 나눈다. 아마 이 작품은 나무 위의 인간과 땅 위의 인간을 나눔으로써, 서로 다른 두 세계의 접촉, 그리고 ‘관계’와 ‘나’ 사이에 발생하는 딜레마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듯하다. 관계를 앞세우면 나 자신이 희생되고, 나 자신만 앞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