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내리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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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내리던 저녁일상/book 2017. 7. 17. 01:02
그는 스스로를 경멸하고 업신여기는 데에는 자기가 첫째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스스로를 경멸하고 업신여기는 데에는 첫째가는 사람이라는 말에서 앞부분을 제외하면, '첫째가는 사람'이라는 말만 남으니 자기가 이 세상에서 제일이라고 생각했다. 과거에서 장원급제한 사람도 첫째가는 사람이 아닌가? 누가 그랬다. 어떤 승리자는 적이 호랑이나 독수리 같기를 바라는데 그래야 승리의 기쁨을 느낄 수 있어서다. 반대로 적이 양이나 병아리 같다면 승리가 재미없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승리자는 모든 것을 이겨낸 뒤 죽은 사람은 죽고 항복한 사람은 항복하여 "신은 실로 죽어 마땅한 죄를 지었나이다"라고 하여 더이상 적이 없고 상대도 없고 친구도 없어져서 자기 혼자만 남았을 때, 혼자서 외롭고 적막하고 처량해질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