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레 베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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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재로부터주제 없는 글/印 2024. 5. 13. 11:31
카페를 나서 만리재 고갯길을 내려가며 불현듯 평소에는 가보지 않던 길을 걸어보고 싶어졌다. 무슨 까닭에서인지 때마침 카메라가 있는 날이었다. 하늘은 창창하고 봄바람은 산뜻하다. 그리고 서울로에 올라서면서 눅진한 여름 공기를 예감한다. 이름조차 생소하고 모양새조차 서울에서는 흔히 찾아보기 어려운 아담한 나무들이 좌우 번갈아가며 산책로의 흐름을 바꿔놓는다. 푸른 오솔길(Coulée verte). 서울로 7017의 모티브가 된 파리의 쿨레 베르트(Coulée verte)를 산책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주 느린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만리재 고개에서 흘러내려오는 옛 고가도로는 경사를 오르려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어느새 서울역이 발아래 보이는 높이로 나를 이끈다. 나는 한글로 된 나무의 이름과 학명(學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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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의 일기: 쿨레 베르트(Coulée verte)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25. 23:20
# 마지막 시험도 끝이 났다. 아직 페이퍼 과제가 하나 남아 있기 때문에 학기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 건 아니지만, 촌각을 다투면서 해야 하는 공부는 이로써 끝이 났다. 시험은 총 다섯 개의 문제—게임이론, 협상 네트워크, ESS(Evolutionary Stable Strategy)—가 출제되었고, 막히는 문제 없이 내 기준에 만족스럽게 답안을 적었다. 남은 건 채점자의 몫이다. 이제 정말 끝이 났구나 하는 안도감, 그리고 약간의 성취감이 느껴진다. 사소하게나마 성취감을 느껴보는 게 얼마만의 일인지 모르겠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게 끝이 났구나, 못할 거라 생각했던 걸 해냈구나, 하는. 반 년에 불과하지만 꽤나 나이를 먹고 늦은 나이에 처음 외국생활을 하며 학업생활을 한다는 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도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