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
-
달의 뒷면을 본 여자들일상/book 2024. 1. 6. 20:51
자주 찾는 카페에서 감사하게도 책을 한 권 선물 받았다. 『달의 뒷면을 본 여자들』. 표지에 묘령(妙齡)의 그림이 그려진 이 책은, 서두에서 밝히고 있듯이 그림이 글을 닮아가고 글이 그림을 닮아가는, 글과 그림 사이에서 새로운 창작행위를 모색하는 형태의 작품이다. 정오가 넘도록 늦잠을 잔 어느날,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상태에 만족스러워하며 무얼 하면 좋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책을 들고 집앞 카페를 찾았다. "보도블록의 요철을 디딜 때마다 전해지는 발바닥의 울렁거림 틈 안쪽 어딘가 새겨지는 굴곡" (p.44 중) 작품에서 가장 먼저 발견하는 특징은 글 안에 마침표가 없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 호흡에 변화를 주는 것은 고작해야 쉼표 정도다. 마침표가 없다고 해서 독서가 숨가쁜 것은 아니다. 종결어미로 끝난 ..
-
이 시대의 사랑일상/book 2022. 1. 9. 01:07
이제는 부끄럽지도 슬프지도 않습니다. 모든 사물의 뒤, 詩集과 커피 잔 뒤에도 막막히 누워 있는 그것만 바라봅니다. 정처 없던 것이 자리 잡고 머릿골 속에서 쓸쓸함이 중력을 갖고 쓸쓸함이 눈을 갖게 되고 그래서 볼 수 있습니다 꽃의 웃음이 한없이 무너지는 것을 밤의 달빛이 무섭게 식은땀 흘리는 것을 굴뚝과 벽, 사람의 그림자 속에도 몰래몰래 내리는 누우런 황폐의 비 그것이 살아 있는 모든 것의 발바닥까지 어떻게 내 목구멍까지 적시는지를 눈 꼭 감아 뒤로 눈이 트일 때까지, 죽음을 향해 시야가 파고들 때까지 아주 똑똑히 볼 수 있습니다. 내 속에서 커가는 이 치명적인 꿈을. 그러면서 나의 늑골도 하염없이 깊어지구요.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