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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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고 한심한 사람들의 해피엔드일상/film 2019. 5. 3. 20:35
영화를 본 뒤 맨 처음 드는 생각은 차갑다는 것이다. 차가워도 너무 차갑다. 프랑스의 따스한 풍광을 담고 있으면서도 어쩌면 이렇게 무심하리만치 차가울 수 있는 것일까. 영화에는 대가족의 다양한 군상(群像)―로랑 일가(一家)―이 묘사되어 있지만, 어느 인간 하나 인간냄새가 풍기지 않는다. 라는 영화의 제목은 철저하게 조롱이다. 첫째 전혀 ‘해피’하지가 않다. 둘째 영화에 ‘엔드’가 빠져있다. 영화 속 인물들의 부조리한 삶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생산될 것임을 암시한다. 나중에 뒤돌아 생각해보면 오싹하다. 공사현장이 붕괴되는 장면에서는 라디오의 선율이 흘러나온다. 완벽히 제3자의 입장에서 사고현장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앵글.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엄마의 일상을 휴대폰으로 담는다. 화장실에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