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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e étoile me cache주제 없는 글/Miscellaneous 2021. 6. 6. 23:20
소쩍새의 구슬픈 여름노래. 우레탄 코트 위로 통통 농구공 튀는 소리. 시내버스가 과속방지턱을 넘으며 내는 배기음. 누군가 발작적으로 까르르 내뱉는 웃음. 그리고 저 멀리 북극성, 아니 시리우스인가. 무언가 새하얀 점이 창밖에 아른거렸다. 별자리를 볼 줄 모르는 나는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을 발견하면 늘 북극성인지 시리우스인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곤 한다. 사는 곳을 지금 이곳으로 옮겨 온 뒤 3개월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침대 머리맡 창가에 밤하늘 별이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빛의 거리로 헤아려야 할 만큼 아주 멀리에 있는 저 별도, 가만히 응시하면 불처럼 이글거리는 것이 보인다. 별은 아주 작은 움직임으로 모양을 쉼없이 바꿔간다. 수천 년 전 밤하늘 위 별을 올려다보며 숨은 뜻을 헤아리던 옛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작은 이글거림에, 이 방에 나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어디론가 숨고 싶어졌다.'주제 없는 글 > Miscellaneou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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