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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의 일기: 물 흐르듯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15. 00:55
# 다시 한 주가 시작하면서 아침에 학교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카페테리아에 가기 전에 잠시 기숙사 사무실에 들러 1월 기숙사비를 냈다. 1월 중순에 도착했기 때문에 한달치 비용을 다 지불하진 않지만, 다음달부터는 매달 350유로씩 나가게 된다. 파리의 엄청난 거주비를 고려해도 그렇지만, 서울과 비교해도 비싼 가격이라 할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학교측에서 한 학기 등록금이 조금 넘는 금액의 장학금을 제공하겠다는 메일을 받아서 한시름 덜었다.
카페테리아는 무척 한산했다.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서 게임이론 과제를 마치고 교수에게 메일을 보냈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카페테리아를 나와 택배보관소를 들렀다. 한국에서 온 택배가 있기 때문이다. 한사코 보내지 말라고 말씀 드렸건만, 먹을 거리를 싸서 택배를 보내셨다. 딱 봐도 한국 우체국의 빨간 띠가 둘러진 커다란 상자가 보관소 문앞에 놓여 있었다. 상자는 곧장 기숙사에 옮겨 놓았다.
# 점심에는 식당에서 우연히 Z와 마주쳤다. 잠깐 몇 마디 나누면서 알게 된 사실이, 수업은 대체로 윔 캠퍼스에서 듣지만 지내기는 몽후쥬(Montrouge)에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몽후쥬 캠퍼스는 주흐덩 캠퍼스와도 가까운 곳인데 몽후쥬에서는 수업이 없기 때문에 갈 일이 없었다. 한편 점심으로는 앙두예트(Andouillette)가 나왔는데 우리나라 음식으로는 순대와 곱창을 섞어놓은 느낌의 소시지다. 색다른 메뉴가 나와서 시도해 보았으나, 내 입맛에는 너무 느끼하고 기름진 느낌이었다. Z에게 인사를 하고 헤어진 뒤 기숙사로 돌아와 몇 가지 일정과 약속을 조율했다.
# 월요일은 수업량이 많아서 강행군이 이어지는 날이다. 그런데 오전에 확인을 해보니 오늘 저녁에 있을 공공재정 수업이 내일 같은 시간으로 조정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오후 수업으로는 연금정책에 관한 수업만 들으면 되었다. 점심 후 식곤증이 도져서 잠이 몰려오기도 했고 오늘 수업 내용 또한 그리 흥미로운 것이 없었다. 미리 논문에서 읽어온 내용들을 포함해 여러 실증 연구가 소개되는데 딱딱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월요일이면 나와 두 수업을 함께 들었던 일본인 학생과 처음으로 개인적으로 대화할 일이 있었다. 내가 한 학기 교환학생으로 와 있다고 했더니, 본인도 1년간 수학(修學)하고 여름에는 일본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일본 재무성에서 일하는데 1년간 파리로 연수를 왔다고 했다. 왜 하필 파리를 선택했냐고 물었더니, 아내가 외교관으로 파리에 주재중이어서 같이 지내고 싶어서란다. 좋은 직장에서 일하는 것도 부럽지만, 매우 어려 보였기 때문에 내심 놀랐다. 시간표가 변경되면서 내일 다시 인사하게 될 것 같다.
# 예정에 없이 저녁시간이 비게 되면서 잠시 마레 지구를 다녀 왔다. 13 Bonaparte라는 곳에 가서 옷 여벌을 좀 더 사려고 했지만 내부 수리 중이어서 아쉬운 대로 인근의 옷가게를 몇 군데 돌아다녔다. Margaret Howell, Maison Labiche, A.P.C., Balibaris 등등등. 시선을 사로잡는 부티크들이 많았는데, 개성 있는 옷도 옷이었지만 진열 자체도 근사하게 해놓은 곳이 많았다. 최대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티셔츠나 스웨터를 찾고 있었는데,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착용해보았지만 사지는 않았다. 워낙 근사한 가게가 많아서 다음번에 생 마르탕 방향으로까지 쭉 나가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요 근래 며칠 연달아 날씨가 맑았는데, 오늘은 늦은 밤이 되니 비가 흩뿌리면서 지나간다. 마레 지역을 쭉 가로질러 퐁피두 센터까지 내려온 다음 38번 버스를 타고 오귀스트 콩트에 내려 기숙사로 되돌아 왔다. 오늘 피곤했던 일들을 쭉 흘려보내고 내일을 맞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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