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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의 일기: 프레타 멍제(Prêt à manger)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20. 20:44
# 오전에 도서관에 있다가 아무래도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몸살 기운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병원을 알아보았다. 학교 보건소에 가서 병원에 예약을 잡는 방법과 관련해 도움을 구하려고 했지만, 보건소가 열려 있어야 할 시간임에도 닫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학교 근처의 병원을 검색해서 온라인으로 약속(RDV)을 잡으려고 보니 5월 중순까지는 예약이 꽉 차 있었다. 중증도 아니고 코감기와 몸살과 관련해 간단한 처치와 처방을 받으려던 것이었기 때문에 병원을 가려던 생각은 일단 접고 약국으로 향했다.
자가진단 결과 음성이었지만, 감기 기운이 있고 목도 좀 부었다, 그래서 머리가 무겁다고 했더니, 알약(comprimé)와 비염 스프레이를 추천해주었다. 요새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가 싶어 비타민 C도 같이 달라고 했더니, 33.3유로가 나왔다. 기숙사로 돌아가 이불을 돌돌 싸매고 한 시간 정도 누워 있다가 오후 게임이론 수업을 들으러 갔다.
# 오늘부터 이 수업의 세 번째 교수인 ML 교수가 바통을 이어받아 게임이론 수업을 진행한다. 이전까지는 엘스버그의 패러독스를 비롯해서 확실성 하의 의사결정, 불확실성 하의 의사결정, 의사결정의 모호성 문제를 다뤘다면, 세 번째 세션인 게임이론 수업에서는 내쉬 균형과 죄수의 딜레마를 비롯해 그리 낯설지 않은 주제들이 다뤄진다. 결정 이론(Decision Science)라는 이름으로 묶인 이 수업에서 벌써 과제를 세 개를 수행했는데, 마지막 시험 과제는 ML 교수가 진행하는 게임이론으로만 구성된다고 하니 한시름 놓았다. 요새 인지과학(l’Etude cognitive)부에서 듣는 수업들에 흥미를 잃어가던 참이었는데, 게임이론 수업은 정말 재밌게 들었다. 교수도 좋다.
# 오전에 약을 먹고 나니 몸이 좀 나아졌다. 수업이 끝나고 잠깐 프레타 멍제(Prêt à manger)에서 커피와 달달한 먹을거리를 먹었다. 꽤 직급이 있어 보이는 계산대의 직원은 내게 쿠키를 몇 개 더 사라고 능글맞게 권했지만, 이미 두 개를 고른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프레타 멍제(Prêt à manger). 아마도 기성복(旣成服)의 어원이 되었던 프레타 포흐테(Prêt à porter)에서 따온 네이밍일 것이다. 프레타 멍제에서는 요거트를 활용한 디저트에서부터 다양한 종류의 샌드위치,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면요리(coquillette)와 수프도 판매한다. 프랑스의 물가가 전반적으로 워낙 비싸다보니 요새는 가볍게 식사를 해결하고 싶을 때 프레타 멍제를 찾는다. 마냥 저렴한 가격은 아니어서 이것저것 담다 보면 다른 데서 먹는 것과 가격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퀄리티가 괜찮아서 우리나라에도 들어오면 좋을 것 같다. 비슷한 느낌의 브리오슈 도레(Brioche Dorée)보다 더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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