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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and Let Die일상/film 2022. 12. 12. 16:05
오랜만에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을 보고 왔다. <펀치 드렁크 러브> 이후 그의 두 번째 로맨스 영화다. 두 작품 모두 폴 토마스 앤더슨 특유의 코믹적 요소와 독특하고 기발한 구성이 눈에 띤다. 다만 <리코리쉬 피자>의 주인공들의 나이가 더 어리고—극중 개리는 15살로 25살 알라나를 꼬시는 것으로 나온다—영화의 배경도 1970년대 캘리포니아여서인지 영화가 전반적으로 더 풋풋하고 아련한 느낌이 있다.
'개리' 역을 맡은 쿠퍼 호프먼은 필립 시모어 호프먼의 아들로 <리코리쉬 피자>를 통해 데뷔했다는 걸 관람한 후에야 알았는데, 뒤늦게 그의 이목구비와 다부진 말투에서 필립 시모어 호프먼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한편 영화에서는 '리코리쉬 피자'의 뜻을 추론할 만한 단서가 나오지 않는다. '리코리쉬 피자'는 70년대 남캘리포니아에 실재하던 레코드샵을 가리키기도 하고, 그 자체로 피자 모양을 닮은 '레코드판'을 가리킨다고도 한다. 요컨대 제목에서부터 레트로를 지향하고 있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내가 영화 속 개리의 나이일 때를 생각해보면, 저런 풋풋한 기억이 다행히도(?) 하나쯤은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영화 속 극적인 요소들이 가미되거나 배우들처럼 개성 있는 형태는 아니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70년대의 캘리포니아가 어떤 곳이었는지 알 리도 없건만 그럼에도 영화를 보며 웃을 수 있었던 건, 감독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하지만 잊고 있었던 시간의 한 조각을 발견할 수 있도록 솜씨 있게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라 생각하며, 다시 한 번 폴 토마슨 앤더슨 감독의 매력을 느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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