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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말연시는 유난히 정신없이 흘러갔다. 졸업학기에 준비했던 모든 일들은 성공적이었지만, 그 대가라 할지 건강이 조금 나빠졌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제대로 정돈되지 않은 채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면서 옥죄는 마음도 들었다. 여유가 없었다. 견디다보면 지나가 있는 것이 시간이라지만, 그 견딤을 견뎌내는 건 매번 새롭고 당혹스럽다. 그런 생경한 기분에서 나의 어른되지 못함을 발견하고 꿀꺽 숨을 삼킨다.
최근 동네에서 자주 찾는 카페 두 곳이 문을 닫았다. 하루 지나 하루 새로운 가게가 열리는 어수선한 골목에서도 7년 넘게 자리를 지켜왔던 카페들이다. 내 일상을 채워가던 작은 조각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에서 한두 조각 이상의 상실감을 느낀다. 한 카페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과 한 주 사이에 황황히 문을 닫았더랬다. 나를 채웠던 것들이 그렇게 조금씩 부스러져간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상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견뎌보려고 하는 내가 있다. 아무래도 올 겨울은 멀어져가는 것보다 다가오는 것들을 응시할 힘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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