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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 중구(국제시장~용두산공원)여행/2016 늦가을 부산 2016. 11. 22. 00:30
<자갈치 시장 초입에서 / 동물병원이었던가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강아지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나 말고도 여럿 있었다>
저녁을 해결하고 발이 닿는 대로 국제시장을 거닐었다. 영화의 거리를 지나서 자갈치 시장 방면으로 나갔다. 자갈치시장 뒤편으로 나가자 왼편으로는 영도대교 정면으로는 남항대교가 보였다. 열차에서 독서에 너무 열중한 탓일까 가벼운 현기증이 일었다. 다시 국제시장으로 돌아와서 대로를 따라 쭉 걷다보니 왼편으로 용두산에 오르는 에스컬레이터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냥 지나치려다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는 일행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네 차례인가 에스컬레이터를 갈아타니 용두산 공원도 금방이었다. 밤중에 산책을 나온 시민, 운동을 하는 시민들이 보였다. 올라온 길을 뒤돌아보니 부산항 일대가 눈에 들어왔다. 왼편으로는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백화점이 현란하게 빛을 내뿜고 있었다. 오른편으로는 다닥다닥 붙은 가옥들이 산자락 하나를 통째로 뒤덮고 있었다.
<자갈치 시장 뒷편 부둣가 / 자갈치 시장이 셔터를 내릴 쯤 바로 옆 어시장은 시장을 열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한창 수산물 하역 작업이 진행중이었다>
용두산 공원의 동편으로 나와 다시 숙소로 향했다. 다시 으슥한 골목이 쩍 입을 벌리고 있었다. 드문드문 담배를 태우는 사람들 휴대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들이 벤치 곳곳에 앉아 있었다. 지난번 이 길목을 지나쳐올 때에는 이곳의 지명이 40계단 길이라는 것조차 몰랐다. 알고 보니 피란민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가족과 친지들을 기다리던 곳이었다는데, 지금은 건물들로 가득 차 예전의 고단했던 기억은 좀처럼 떠올리기 어렵게 되었다.
<용두산 공원 / 국제시장을 돌아다니면서도 정작 용두산 공원에 올라와볼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사실 이번 부산 여행은 일종의 도피였다. 이번 여행이 사치스럽게 느껴졌다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다. 남아 있던 면접도 다 끝나고, 결과를 기다리는 것 외에 더 이상 할 게 남아 있는 않던 상황이었다. 그 중 정말 가고 싶었던 한 군데는 서류에서부터 탈락했다. 자기연민과 불인감이라는 것이 하등 도움될 것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쑥 불쑥 올라오는 불안감과 함께 어디 나사라도 풀린 사람처럼 초조한 나날을 보내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용두산 공원 / 전망대>
10월 초 함께 학회활동을 했던 형을 만났었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데 정신이 뺐겨 있던 때였다. 그 형을 만난 것도 자기소개서에 관한 조언을 구할 겸 만난 것이었다. 요즘 바쁘겠다는 형의 안부인사에 나는 적당히 얼버무리고 말았다. 사실 원서 접수며 자기소개서를 쓰는 일이며 그리 시간이 드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형이 하는 말이 몸이 바쁘지 않더라도 마음이 바쁘겠다고. 맞는 말이었다.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다짐으로 알게 모르게 힘이 들어간 채로 시간을 보냈던 올 한 해였다.
<용두산 공원 / 공원까지 실어나르는 에스컬레이터, 편하더라>
부산은 언제든 들르고 싶은 곳이었다. 강원도와 충청권을 벗어나서 처음으로 여행을 한 곳이 부산이었다. 해운대와 송정의 넓은 백사장에 가면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바다에 이런 도시가 있다는 게 좋았다. 이런 곳을 20대 중반을 넘어서 처음 오다니, 그 흔한 내일로 여행도 하지 않고.. 이번 여행은 어쩐지 바다를 봐도 거리를 걸어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 아무 생각이 없다. 바다면 바다구나, 산이면 산이구나 하는 생각뿐.
이번 여행의 목적이 있다고 한다면, 억지로 뭘 끼워맞추려 하지 않는 것이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움직여볼 생각이다. 무리하지 않고 푹 쉬다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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