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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 중구(산리마을)여행/2016 늦가을 부산 2016. 11. 23. 00:10
<카페에서 / 부산중부경찰서 옆으로 난 길에 조그마한 카페가 있다, 예전에 들렀던 그 자리 그대로 그 모습 그대로였다>
산복도로를 따라걷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어느 골목 / 부산디지털고등학교 방면으로 올라가는 길에 발견한 특이한 색깔의 건물>
예전에 들렀던 카페 생각이 나서 지나치는 길에 들러보았다. 부산을 방문한 게 일 년도 더 되었는데,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니 반가웠다. 머리가 희끗한 중년 남성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만 빼고. 아저씨께 여쭸더니 예전에 자리를 지키던 젊은 사람은 당신 아들인데 오전에는 배우는 게 있어서 오후에 자리를 지킨단다.
<길을 걷다가 / 이곳 동네에서는 대중목욕탕을 발견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오전에 가려는 곳은 워낙 미로 같은 골목인지라, 카페에 앉아 잠시 길을 눈으로 확인해 두었다. 잠시 숨 좀 돌리고 곧 카페를 나섰다.
<모노레일을 타고 / 까마득한 비탈길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모노레일을 설치해놨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이 이용하기에 좋은 것 같았다>
오늘 가려던 길은 예전에 52번 버스인가 야경을 보기 위해 탔던 버스 노선을 도보로 따라가 보는 것이었다. 그 때는 밤이었지만 오늘은 낮에 부산항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일 것이다.
<출발점이었던 산리마을 / 여기까지는 아직 중구인데 산복도로라는 것이 결국은 산에 난 길을 통틀어 얘기하는 거라..>
부산은 도시 자체가 거대한 산이다. 메리놀 병원을 마주보고 유턴하다시피 길을 틀었다. 산을 따라 난 길이다보니 곧은 길이 하나도 없었다. 얼마나 걸어갔을까 왼편으로 모노레일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도착한 모노레일이 있어 껑충 올라탔다. 모노레일을 조작하는 아저씨가 모노레일은 동구에 더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마침 민주공원이 어딘가 여쭈었더니 입구가 그리 멀지 않은 모양이었다.
<산리마을에서 내려다본 부산항 / 많이도 올라왔다>
산을 따라 난 길 자체를 '산복도로'라고는 하는데, 민주공원에 접한 망양로 일대를 '산리'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이곳저곳에 '산리'라는 지명이 표시되어 있었다.
<민주공원 초입 / 동백꽃인가..?>
골목은 아기자기했고, 왼편으로 산 아래를 굽어보니, 급하게 경사진 골목 사이의 계단 위로 부산항이 두둥실 모습을 드러냈다.
<민주공원 / 관목 위로 따듯한 오전 햇살이 내리쬐었다>
민주공원에서 맨 처음 들른 곳은 6.25 전쟁당시 북한 해군을 저지한 우리 해군의 넋을 기린 충혼탑이었다. 공원 이름이 '민주공원'이니 민주화에 대한 내용을 안 보고 갈 순 없어서, 기념관도 잠시 들렀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부마항쟁에 관한 내용이 전시되어 있었다. 어쩐지 마음이 무거워졌다.
<충혼탑에서>
기념관 위로는 옥상정원이었다. 옥상에 오르니 부산항이 한눈에 들어왔다. 반사된 햇빛 때문인지, 도시 전체가 뿌연 먼지에 가린 느낌이 있었다.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데, 한 아저씨가 부산을 소개해주겠다며 다가왔다. 거절할 새도 없이 다가오셔서 가만히 얘기를 들었는데, 나중에는 나도 이것저것 물어보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거의 한 시간 가까이 흘러가버렸다.
<민주공원에서 바라본 서면 일대, 가능하면 조리개를 수동으로 풀어놓고 다녔다>
중간에 대화를 끊으려다가, 나중에는 될대로 돼라 하는 생각으로, 기왕에 부산의 이곳저곳에 대해 물어봤다. 아저씨는 가톨릭 신자인데, 전국에 소재한 1,700여개의 교구를 순례하는 중이라고 하셨다. 부산, 창원, 경남 일대는 많이 돌아다녔는데, 교구가 가장 많이 위치한 서울, 경기 지역은 아직 많이 못 가보셨다고. 한 번은 서울에 들른 적이 있는데, 너무 북적대고 사람들에게 말 걸 틈도 없어서 길까지 잃고 애먹으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은 살 데가 아니라고.
<민주공원을 빠져나와 중앙공원으로>
사실 아저씨와 한 시간 남짓 대화를 하면서 굳이 이야기를 끊지 않았던 것은 아저씨가 어쩐지 너무나도 말동무를 필요로 하시는 것 같아서였다. 자세히 물어볼 순 없었지만 혼자 하는 여행에서 어떤 위로를 얻으시려는 것 같았다.
<중앙공원에서 바라본 부산항, 저것은..아마도 부산항대교?! 매번 남항대교랑 헷갈려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벌써 열두 시가 다 되어서 (계획과는 한참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버렸다) 아저씨가 소개해준 중앙공원으로 우선 향했다. 아저씨가 현충원이라고 말씀해주지 않았다면, 굳이 저 경사길을 오를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남포동 일대를 돌아다보면 눈에 들어오는 저 첨탑이 뭔지 궁금하기도 했고, 민주공원을 들른 김에 현충원을 들러 선열을 넋을 기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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