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이틀 내내 출근을 하는 바람에 매우 피곤한 하루였던 것 같다. 또 그 짬을 내어 여행갈 생각을 하다니, 어떤 식으로든 쉼표를 제대로 찍고 싶었던 모양이다. 추사고택에 이어 내가 향한 곳은 백설농부라는 한 카페였다. 같은 예산이지만 다시 삽교천을 건너는 짧지 않은 여정이었다. 카페에 도착한 뒤 나는 일에서 오는 피곤함을 누르고 카페에 앉아 제니 오델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정독하기 시작했다. 요새 눈을 떼기 어려운 책이다.
이 카페를 찾은 이유는 자연경관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단순한 바람 때문이었다. 나무로 지은 카페 일대에는 텃밭이며, 정원이며, 농원이 가꿔져 있지만 엄혹한 계절인지라 싱그러운 풀빛은 찾아보기 어렵다. 메말라가는 몇 가닥 억새들이 초라하게 부대낄 뿐, 멀리 바라다보이는 예산의 논밭 또한 봄을 기다리는 모습이 적막하다. 그 쓸쓸한 지평선에 야트막한 능선 몇 개와 송전탑 몇 개가 변주를 넣는다.
카페에는 사람의 발길이 뜸해 한적하게 시간을 보내기에 알맞은 공간이었다. 유리창으로 터 놓은 카페 한 켠은 경치를 조망할 수 있도록 의자와 테이블이 정원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다. 나는 가장 후미진 곳에서 예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몇 페이지인가 읽는다. 그리고 책에 따르면 '비움'의 지혜 없이 꽉꽉 '채움'을 강조하는 이 세상에서 잠시 물러나, 서울에 두고 온 일상을 멀리서 관조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