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Y 2 / 부산진구(서면)여행/2016 늦가을 부산 2016. 11. 24. 00:33
<서면 어느 파스타집 / 저녁 여덟 시가 넘어 갔더니 사람도 없더라>
용호동 일대는 처음이라서 잘 몰랐는데 광안대교의 서편으로도 고층 건물이 한창 지어지는 중이었다. 해운대 사건 때문에 시끌시끌하던데, 부산 이곳저곳에 고층 건물이 참 많이 들어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남천역까지 빠져나와 버스를 타고 서면에 향할 생각이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를 않아서 택시에 올라탔다. 황령터널(오전에 아저씨가 황령산에 대해 설명해주었더랬다)을 통과하니, 서면도 금방이었다. 택시 아저씨들이 으레 그렇듯 이동하는 동안 정치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하셨다. 이러쿵 저러쿵.
내가 내린 곳은 교보빌딩 앞. 서면에 들른 것은 잠시 서점에 들르기 위해서였다. 부산에 오면서 조르주 심농의 책을 생각보다 빨리 읽어버린 탓에, 올라갈 때 심심풀이로 읽을 책이 하나 필요했다. 굳이 두꺼울 필요는 없으니, 단편 소설로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을 한 권 샀다.
<저녁에 들른 카페 / 서면에서 찍은 건 좀 쓰잘 데 없는 사진들이 많다>
점심이 늦어서 저녁도 늦었다. 서면은 한 번 온 적은 있어도, 사이사이 골목으로 들어가본 적은 없었는데, 번화가라더니 과연 정말 그랬다. 현란한 간판들도 많고 젊은이들도 많았다. 저녁을 먹으려고 검색해둔 장소로 이르는 동안 여기저기 전경이 많이 보였는데, 왜인가 했더니 서면역 일대에서 한창 시위 중이었다. 평일 저녁인데도 부산 도심에서도 이렇게 시위가 열린다는 게 신기했다. 긴 행렬을 지나쳐, 얼마나 더 갔을까 내가 찾던 가게가 나왔다. 혼자 먹는 거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는 해도, 다른 누군가와 함께 식사할 때랑은 다른 적적한 느낌이 들어서 청승맞다 싶었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예전에 들렀던 전포동 카페거리로 향했다. 놀이마루와 전포성당 사잇길을 오르다보면, 아담한 카페가 있었는데 온데간데 사라졌다. 아침에 다시 만난 카페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테이크아웃을 하면 더 저렴하게 해주던 카페였는데..
그러고 보니 1년 전에 왔을 때에는 못 본 듯한 카페나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었다. 여기에 자주 오는 사람이 아니니 잘 모르겠지만, 카페커리 일대도 젠트리피케이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일까. 눈에 띄는 카페 아무 곳으로 들어가, 늦은 밤이지만 커피를 하나 주문했다. 시계는 어느덧 밤 아홉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다시 40계단길 숙소로 / 저 아코디언 아저씨 이젠 반갑다, 낮에는 아코디언 멜로디도 나온다>
성격이 어디 가지 않나보다. 분명 느긋한 여행을 하겠다고 했건만, 고된 스케쥴이었다. 따지고 보면 느긋하게 산책만 한 여행이기는 했다. 문제는 산복도로며 이기대 해안산책로며, 코스 난이도가 꽤 높았다는 것 뿐. 이기대 해안산책로를 걸으면서 뜻하지 않게 광안대교와 마린시티의 야경을 본 것은 생각 외의 소득이었다.
'여행 > 2016 늦가을 부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DAY 3 / 해운대구(달맞이길) (0) 2016.11.25 DAY 3 / 해운대구(송정) (0) 2016.11.25 DAY 2 / 남구(이기대 해안산책로) (0) 2016.11.24 DAY 2 / 동구(산복도로) (0) 2016.11.23 DAY 2 / 중구(산리마을) (0) 2016.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