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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septième jour. 바실리스크와 서커스Huit jours à Tolouse 2026. 6. 1. 18:07

3년 전과 달리 오늘 생세르냉(Saint Sernin) 바실리스크는 낮게 깔린 비구름 아래 음울한 빛을 띠고 있다. B가 생세르냉 바실리스크 일대에서 괜찮은 기념품가게를 찾을 수 있을 거라 했지만, 바실리스크를 한 바퀴 빙 도는 동안 발견한 가게는 몇 되지 않는다. 웬만한 가게들은 혼자 들어가 식사하기가 어려워서 쩔쩔 맸던 3년 전 기억이 떠오른다.

바실리스크를 빠져나올 즈음 비가 점점 거세지고 우산을 쓰는 게 무색하게 신발이 축축해졌다. 으슬으슬해진 나머지 따뜻한 쌀국수 한그릇을 먹고 싶어 베트남식당에 들어갔다. 프랑스에서 베트남 식당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문제라면 내가 들어간 곳에서는 국수류를 팔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기대했던 따듯한 식사 대신 도시락 스타일의 정식을 먹었다.

밥을 먹고 캬피톨(Capitole)을 빠져나오는 길, 르 부이용 캬피톨(Le Bouillon Capitole)에는 거대한 대기줄이 늘어서 있었다. 나중에 B에게 물어보니 툴루즈식의 스프가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이어서 종이로 된 물건들을 구경할 겸 파페테크(Papétech)로 향하는 길에 오귀스탕 박물관(Musée des Augustins)을 발견했다. 수도원을 개조해서 박물관으로 운영중인 이곳은 3년 전에는 개보수 공사로 인해 임시폐쇄된 상태였다. 비오는 날씨에 마땅히 일정을 찾지 못한 나는 그때 생각을 떠올리며 박물관에 들어가 보았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갸흐구이(gargouille)라는 괴물같은 개의 석조 형상들이다. 이 석상들은 아직 복원작업으로 인해 출입을 막아놓은 회랑 저 끝까지 쭉 늘어서 있다. 도장처럼 아래는 네모난 지지대가 있고 위에 갈퀴 달린 개가 하늘을 향해 입을 벌려 앉아 있는 모양이다. 석상 뒤에는 수직으로 길다란 홈통이 있어 지붕의 빗물받이 역할을 하는데, 우리 건축과 비교하자면 마찬가지로 주술적인 의미로 지붕에 얹은 치미, 잡상(雜像)과 비슷하다.

로마네스크 조각 전시실은 단연 기억에 남는다. 갸론 강 우안에 면한 라 도라드(la daurade) 지역과 생세르냉, 생테티엔에서 발굴한 기둥머리를 진열해 놓은 이곳의 큐레이팅은 신선하다. 출토된 구역에 따라 기둥머리를 받치는 열주의 색과 모양을 크게 서너 가지로 나뉘어 있다. 예를 들면 사람 머리 높이의 다갈색 기둥 위에 생세르냉에서 출토된 기둥머리가, 녹색 기둥 위에 생테티엔에서 출토된 기둥머리가 올려져 있는 식이다. 또 기둥머리 위로는 천장에서부터 펜던트 형태의 조명 또한 서로 다른 색과 모양으로 구분되어 있다. 단일 공간에 여러 가지 전시내용을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구성 방식이 참신하다고 느꼈다.

나는 역순으로 관람을 하는 바람에 다시 계단(Escalier Darcy)을 가장 마지막으로 빠져나옴으로써 오귀스탕 박물관에서의 여정을 마쳤다. 요란하고 청승맞은 소리를 따라 기념품샵을 나오니 빨갛게 옷을 입은 광대들이 비가 그친 막간을 이용해 거리를 가로지르며 익살을 부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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