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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세상의 끝/드라마/자비에 돌란/99>
어머니(나탈리 베이)
앙투안(뱅상 카셀)
카트린(마리옹 꼬띠아르)
쉬잔(레아 세이두)
루이(갸스파르 울리엘)
후...쉽지 않은 영화였다. 머리 식힐 만한 영화라 생각하고 미리 예약해 둔 영화였건만 오히려 머리를 덥히고 왔다ㅎㅎ 별로였다는 건 아니고, 그저 예상했던 자비에 돌란의 영화가 아니었다. 자비에 돌란의 영화라고 해봐야 <마미>를 본 게 다지만, 그 때 봤던 영화의 느낌이 되게 좋았던지라 나름 기대가 컸다. 최고의 프랑스 배우들과 천재라고도 일컬어 지는 자비에 돌란의 합작이라는 사실만으로 보기도 전부터 보통 영화는 아니겠다 싶었으므로..(영화상영 후 시네마톡 앞부분만 듣고 나왔는데 논객들도 여러 차례 보고서야 영화가 좀 읽혔다고..)
영화는 장 뤽 라가르스(Jean-Luc Lagarce)가 쓴 동명의 희곡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는데, 영화를 보기에 앞서 희곡을 읽어두어도 괜찮을 것 같다. 150페이지가 넘지 않는 짧은 분량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 떠올랐던 것은 사실 비슷한 내용의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이라는 미국영화였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로 가족간의 마찰을 다룬다는 점이 똑같을 뿐만 아니라, 메릴 스트립, 줄리아 로버츠, 이완 맥그리거, 게다가 베네딕트 컴버배치에 이르는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처음에는 이 뭔 막장인가 싶었던 영화였는데, 화통한 배우들의 대사에 어느 순간 빠져들었다.
반면에 <단지 세상의 끝>의 경우에는 루이를 연기한 갸스파르 울리엘의 결정적 한 마디가 어느 대목에서 나올지 끝까지 기다리게 하면서 갑갑한 느낌을 주었다. 하다 못해 칸느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영화니, 확! 하고 뭔가가 나올 거라 생각했건만ㅠ 생각보다 기발한 은유도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고.. 영화가 끝난 뒤 여운이 남기보다는 찝찝함이 남았다.
그렇지만 작위적이지 않은 이야기 전개도 좋았고, 유별나기는 하지만 앙투안(뱅상 카셀)과 쉬잔(레아 세이두)의 캐릭터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자비에 돌란의 영화는 특유의 색감―파스텔톤의..―이 있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그런 미적 요소들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무엇보다도 개인적으로 '루이(갸스파르 울리엘)'이라는 인물에 많이 감정이입을 했는데, 그가 겪을 내적갈등을 떠올리면 나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일면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야 집을 방문했다는 점에서) 너무나도 이기적이지만, 일면 (자신의 속을 드러내기보다 상대에게 맞춰 준다는 점에서) 너무 속이 깊기도 한 그가 느끼는 괴로움은 마지막 장면에서 새의 발작적인 날갯짓으로 발현된다.
여하간 뱅상 카셀과 레아 세이두의 연기도 좋았으나.. 이 찝찝함은 도대체 뭔지...;;; 그리고 또 한 가지 궁금증은 포스터에도 나와 있듯이 첫 장면에서 루이에게 장난을 치는 어린 아이의 역할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흠...어렵다 어려워. 다시 한 번 되짚어봐도 쉽지 않은 영화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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