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일상/film 2017. 2. 16. 00:08
<맨체스터 바이 더 씨/드라마/케네스 로너건/엉클 리(케이시 에플렉), 패트릭(루카스 헤지스)/137>
보통 포스터에 드러난 정보나 수상내역을 확인하는 것 외에, 영화를 보기 전 트레일러나 시놉시스를 보지 않는 편이다. 가능하면 영화가 전달하려고 하는 내용을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 먼저 파악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맨 처음 영화의 제목을 봤을 때는 당연히 영국 영화일 거라 생각했다. 영화에는 평화로운 마을의 풍경이 자주 등장하는데, 마을의 풍경이 꼭 영국의 풍경과 비슷하다. 그렇지만 영화의 제목에서 말하는 "맨체스터"는 아쉽게도 우리나라에 많은 축구 팬덤을 거느리고 있는 영국의 어느 도시가 아니라, 미국의 뉴햄프셔 주에 위치한 바닷마을이다. 말투도 미국식, 등장하는 지명(미네통카, 퀸시 등등)도 모두 미국 지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체스터라는 고유명사가 지니는 힘 때문인지, 고즈넉한 마을의 풍경 때문인지, 마치 유럽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영화를 몰입해서 보기는 했는데, 사실 이전에 이와 비슷한 느낌의 영화가 두 편 정도 떠올라서 개인적으로는 약간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첫째는 자비에 돌란 감독의 <마미>, 둘째는 마크 누난 감독의 <유아 어글리 투>다. 이 가운데 후자인 <유아 어글리 투>가 이 영화와 여러 면에서 흡사하다. 아이의 후견인이 되어야 할 사람이 중대한 결격 사유를 갖고 있다든가, 현실의 냉혹한 편견 속에서 아이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주지 못한다든가 하는 부분이 그렇다. 어쩌면 <유아 어글리 투>가 아일랜드 영화라서 <맨체스터 바이 더 씨>를 더 유럽영화처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면서 청각적으로는 잘 매료되지 않는 편인데, 가끔씩 아련하게 들려오는 기차의 경적소리가 듣기 좋았다. 살을 에는 겨울의 바닷바람을 청각적인 따듯함이 포근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감독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영화의 시각적 부분인 것이 분명하다. 단정한 주택들과 교회의 아담한 첨탑, 바다의 잔물결과 그 위를 두둥실 배회하는 갈매기에 이르기까지. 감독은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동시에 한 편의 아름다운 영상 슬라이드를 만들려고 한 것 같다. 여하간 색안경을 내려놓고 영화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 추천할 만한 영화다.
'일상 > film'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도가 지나간 자리 (0) 2017.03.09 A Little Boy Under Moonlight (0) 2017.03.02 On flight (0) 2017.02.11 단지 세상의 끝 (0) 2017.01.20 誰ソ彼(TASOGARE) (0) 2017.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