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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 파하르간즈(Paharganj)여행/2017 북인도 2017. 2. 12. 00:39
숙소를 나선지 3분이나 되었을까 Bol이라는 녀석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사람의 말에 반응하지 않는 게 이토록 어려운 일인지 처음 깨달았다
신고식을 단단히 치렀다.
숙소를 나선 게 아침 일곱 시 반을 좀 넘긴 시각. 오늘은 월요일 아침인 만큼 거리는 이미 붐비고 있었다.
어제는 밤이라 거리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는데, 이른 아침에는 짙게 내린 안개로 인해 도시의 형체가 흐려진 느낌이었다. 빠하르간즈의 메인도로를 따라 한참 걸어가던 중, 누군가가 반갑게 말을 걸어왔다.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인도에서는 껄떡대는 사람을 늘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었는데, 그런 껄덕대는 느낌은 아니었다. 자신은 뉴델리에서 물건을 떼서 자이푸르에 책을 판매하는 도매상이라고 소개했다. 그러고선 통성명을 했는데, 그때 눈치를 챘어야 했다. 자신의 이름을 "Bol"이라고 소개했는데, 인도사람 이름이 맞나 하고 잠시 생각이 스쳤던 것 같다. 다음 생각으로 넘어가기도 전에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뉴델리 지도를 받아가면 유용하게 쓸 거라며 어느 장소로 안내했다.
힌두사원에서 흔히 보이는 이름모를 꽃과 비좁은 골목을 헤치며 나오는 오토릭샤
과일상에 얼씬댔다가 주인한테 과일로 얻어맞고 쓰레기더미를 뒤적이는 불쌍한 소...여기는 소가 신성한 동물이라더니 역시 돈 앞에는..;;
정신을 차린 순간 나는 또 다른 직원에게 인도되어 있었고, 그곳은 다름 아닌 대행사였다. 달라는 지도는 줄 생각도 않고 자꾸 패키지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할 뿐이었다. 인도에서의 첫날인지라 나 역시 여행정보―특히 교통편―에 대해 궁금한 점이 이것저것 많았기 때문에, 대행사라는 걸 알면서도 몇 가지 정보를 묻기는 했지만, 이야기는 삼천포로 빠지고 결국 자신의 여행상품을 따르라는 도돌이표만 찍고 있을 뿐이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최종적으로 제시한 가격은 20,000루피가 좀 안 되는 금액이었다. 약 2주간 교통과 숙박만 해결하는 게 그 정도였다) 태도는 점점 더 노골적으로 변해갔고, 나 역시 불쾌한 기분으로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런데 이런 패키지 상품을 활용하는 사람들도 꽤 있기는 있는 모양이었다.)
보다시피 델리 교통의 요충지 중 하나인 파하르간즈의 도로는 포장이 되어 있지 않다. 이 도로를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바삐 오간다
파하르간즈의 초입에는 잡화점이나 의류점도 좀 보였는데 점점 더 들어갈수록 청과물을 파는 노점상들이 많이 보인다
코코넛 팔 의욕이 전혀 없어 보이는 할아버지
가까스로 대행사를 나왔을 때도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빠하르간즈의 맛집을 찾아가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 후 코넛 플레이스로 향했다. 인도라는 곳에 대한 호감이 싹 사라진 상태였다.
조용히 여행 좀 할라 치면 왜 이렇게 달라붙는 사람들이 많은 건지, 몇 걸음 떼기도 전에 사람이 붙는다. 위와 같은 수법으로 호객행위에 시달린 게 아침에만 벌써 세 번. 심지어 여행책자에 소개된 정부산하의 인포센터에서도 강매에 가까운 패키지 판매방식은 다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끝끝내 종이지도조차 주지 않더라. 나는 화가 꼭대기까지 났고, 길거리에서 분을 못 참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어차피 누가 듣지도 않는다. 경적소리, 시끄러운 말소리에 아무도 내가 무슨 소리를 냈는지 알지 못하는데 아무렴 어떠랴.
혼돈의 파하르간즈.. 나는 시간이 빠듯해서 예방접종을 맞지 않았지만 가능하면 동물이나 곤충과 관련된 예방접종을 맞는 것이 좋다. 인도에는 동물이 정말 많다
대로변, 골목, 시골의 비포장도로에서도 이런 조그만 사당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래도 화가 가라앉지 않은 나는 코넛 플레이스에 있던 스타벅스에서 옆에 앉아 있던 인도인을 붙잡고, 모든 인도인들이 이렇게 호객행위(tout)를 끈덕지게 하는 거냐고 물었다. 그나마 말이 통할 것 같은 인도사람이었다. 내가 오늘 대행사에서 어떤 거짓 홍보를 들었으며, 길거리든 어디든 끊이지 않고 달라붙으며 턱도 없는 흥정을 내거는 사람들 때문에 미칠 지경이라고 하니, 공감하면서도 난감해 했다. 그러면서 인도 여행에 관해 여러 조언을 해주었는데, 나는 그저 누군가에게 이런 짜증나는 상황을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내가 도착한 시각이 10시 즈음, 이 시간에 코넛 플레이스에 문을 연 가게는 없었다
이렇게만 보면 멀쩡해 보이는데, 모두 신호등 없이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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