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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 뉴델리 역 그리고 아라카샨로(Arakashan Rd.)여행/2017 북인도 2017. 2. 11. 21:52
인도 사람들의 체취에 익숙해지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아수라 같은 상황은 뉴델리 역에 하차한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역시나 수많은 인파, 아무렇지 않게 활개치고 돌아다니는 개들, 무질서, 의자와 땅바닥의 구분이 무의미한 역의 대합실. 마리화나 냄새라고 한다면 이런 걸 말하는 걸까. 처음 맡아보는 매캐한 연기와 지린내, 매연. 게다가 하마터면 오토릭샤와 충돌할 뻔하기까지 했다.
아직 내 마지막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뉴델리 철도역에 들러야만 했다. 잘 모르기는 해도 인도는 열차가 발달한 나라니까, 늦은 시각까지 외국인전용 매표소가 열려 있을 거라 판단했다. 그때가 저녁 9시가 좀 안 된 시각이었다. (참고로 역에 따라 다르지만 뉴델리 역의 외국인 전용창구는 365일 24시간 업무한다)
운이 좋았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직원은 딱 한 명이었는데 매우 나이스한 사람이었다. 755루피짜리 아그라행 급행열차를 예매하는데 서류 작성법을 친절하게 도와주었다. 인도에 여행 오기 전 예산절약을 위해 100루피를 대략 2000원으로 잡았다. (실제로 100루피는 약 1700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루피화에 익숙하지 않은 터라 덜컥 2000루피짜리 빳빳한 지폐를 내밀었다. 너무 큰 화폐를 내밀었더니 거슬러줄 잔돈이 없는 모양이다.
지갑을 뒤지고 뒤져 꼬깃꼬깃한 신권 지폐들을 모아보니 가까스로 770루피는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직원이 쓰기 힘든 2000루피짜리 지폐를 100루피 지폐 스무 장으로 바꿔주는 것 아닌가. 어느 대목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있었고, 그렇지만 해결은 잘 된 것 같았다. 원하는 아그라행 티켓도 구했다.
덧붙여 아그라에 1시간 40분만에 도착하는 급행열차는 뉴델리 역이 아닌 니자무딘 역에서 타야 한다는 점을 일러주었다. 만에 하나 열차가 지연되는 경우에 대비해, 도착현황을 확인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더니 단호하게 되돌아온 한 마디. 10분 정도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99% 정시 운행입니다!! 두고 봐야지. (결과적으로 내가 탄 열차들은 100% 확률로 연착했다-_-)
그러고 보니 뉴델리 철도역까지 오는 일도 참 정신이 없었다. 공항철도 출입구를 빠져나오자 마자 뚫고 나갈 틈도 주지 않고 나를 에워싸며 흥정하는 오토릭샤 운전수들. 알 수 없는 힌디어('뚝뚝'이 나중에야 오토릭샤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았다)로 호객행위를 하는 것이 분명한 남자들. 좀 무섭기는 무섭더라.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지 알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역 주변에는 심지어 알 카에다 연루자의 현상수배지가 곳곳에 붙여져 있었다, 알 카에다라니!!) 그렇게 가까스로 숙소에 도착하고 나니 녹초가 되어 있었다.
짐 정리고 뭐고 생각지도 않고 당장에 샤워부터 했다. 인도 여행이 간단치 않을 거라는 것은 물론 예상했다. 그래서 미리 여러 가지 루트도 짜봤지만, 델리의 거리를 보건대 돌발상황이 많이 발생할 것 같았다. 첫 숙소라 나름 여행책자들에서 추천한 말끔한 호스텔을 잡았는데, 멀리서 뛰뛰빵빵대는 오토릭샤들의 경적소리가 들려 온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운전매너가 거칠다고 하지만, 여기 인도에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것 같다. 이렇게 서로 경쟁적으로 경적을 울리면 경적을 울리는 게 의미 있을까 싶을 만큼 너나 할 것 없이 경적부터 울리고 본다. 병적으로.
숙소는 그런 거리에 면하고 있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정갈한 곳인데, 글을 쓸 책상이 없다는 것이 좀 아쉽다. 그것 말고는 에어컨도 잘 나오고 무엇보다 화장실이 정말 깨끗하다. 티비에서 나오는 인도판 케이팝스타를 좀 보다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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