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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0 / 르 코르뷔지에와의 조우(遭遇)(Lost in Le Corbusier's World)여행/2017 북인도 2017. 5. 2. 00:25
-열린 손을 구경하고 나오는 길-
찬디가르 여행 오후 세 시 시작
아직은 훤해 보여도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캐피톨 컴플렉스를 가야 할지 망설여졌다
바로 숙소로 되돌아가기에는 시간이 애매했다. 르 코르뷔지에의 건물을 코앞에서 보지는 못하더라도 펀자브 의회가 있는 방향으로 걸었다. 여기저기 군인의 경계가 삼엄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인데 이렇게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워서야 문화유산으로서의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쨌든 국가의 중요기관인 만큼 보안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다.
열린 손은 조각 공원과 캐피톨 컴플렉스의 중간쯤에 있다
이건 열린 손 동상 앞에서 의회(Assembly)를 찍은 사진
이건 사무동(Secretariat)
나는 실낱같은 기대를 걸고 실탄총을 멘 군인에게 '유네스코 문화유산' 사진을 몇 장만 찍고 나와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물어 볼 때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이라는 표현 대신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는 단어를 썼다. 뭔가 유네스코라는 표현이 붙어야 좋아할 것 같았다'ㅁ' 의외로 군인은 쿨하게 입장하라고 했다. 르 코르뷔지에의 건물을 눈 앞에 직접 볼 수 있다니.. 정말 기뻤다"a" 나는 군인이 마음을 바꿔 출입을 금지하기 전에 냉큼 의회 쪽으로 걸어갔다.(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3시에 도슨트가 진행된다. 오전에도 한 타임이 있는데 정확한 시간이 기억나지 않는다)
캐피톨 컴플렉스에 도착한 뒤 한껏 줌인해서 찍은 열린 손'~'
1947년 인도와 동서파키스탄―이후 다시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로 분리―이 분리된 이후
펀자브 주가 파키스탄 지역(라호레)과 인도 지역(펀자브)으로 나뉘었을 때,
인도의 초대 총리 네루가 르 코르뷔지에에게 펀자브 주의 행정수도 설계를 일임했다고 한다
펀자브 의회 건물은 생각했던 것과 차이가 있었다. 우선 건물의 왼쪽 편, 그러니까 의회 건물은 한창 보수공사 중이었다. 결정적으로 의회 앞에 대칭을 이루어 출렁이고 있어야 할 호수가 마른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을씨년스러운 풍경이었다. 이 지역 자체가 델리보다 더 북쪽이다보니 날씨도 선선한 데다 나뭇가지에 잎도 드물어서 전체적으로 앙상한 느낌이었다.
뒷편으로 펀자브 주의 고등법원
앞쪽 오른편으로 그림자탑
고등법원은 캐피톨 컴플렉스에서 가장 컬러풀하다
평상복 차림의 직원들이 샨티샨티하게 오가고 있기에..;; 더 가까이 가보진 않았다
고등법원의 아이덴티티인 삼색 기둥
1919년에 설립되어 르 코르뷔지에에 의해 1947년 재설계되기 전까지는 파키스탄의 라호레까지 관할하는 법원이었다
나보다 한 달 가까이 늦게 찬디가르에 도착한 J는 찬디가르가 특별할 게 없는 도시라고 평했다
하지만 나는 인도에서 거대한 현대 건축물을 본다는 것만으로 대단히 만족했다
인도에서 찬디가르가 아니면 이런 건축물을 볼 기회가 없다
취향이란 게 이렇게 다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곳에는 나 혼자 뿐이었다. 하긴 도슨트 시간이 아닌 것도 이유겠지만, 어쨌든 '여기가 작년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로 그곳입니다'라고 누군가가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는 이상, 누구도 이 곳을 그만한 문화적 가치가 있는 곳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림자탑(Shadow Tower)이라고 소개한 이 건축물은 사실 캐피톨 컴플렉스에는 걸맞지 않는,
아무런 기능성이 없는 구조물이다
특징이라고 한다면 햇빛이 어느 방향에서 들어와도 빈틈없이 그림자가 생긴다고 한다
저렇게 구멍이 슝슝 뚫린 구조물인데 말이다..
불국사의 무영탑(無影塔)의 정반대 개념이라 봐도 되려나..?!"-"
곳곳에 인도를 상징하는 문양(힌두교, 불교 등)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막상 감시를 하는 사람이 없어서 꽤 오랜 시간 둘러보았다. 어느 순간 멀리서 사람 한 명이 나타났는데, 나와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말을 나눌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이곳 캐피톨 컴플렉스의 관리인이었다. 나를 통제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나와 얘기를 나누고 싶어 온 모양이었다. 현지 방문객도 아닌 웬 외국인 방문객이 얼쩡거리고 있으니 누군지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많은 인도인들이 보이는 그런 호기심이었다.
등을 돌아 서면 바로 의회!
나와 말을 나누셨던 수위 아저씨ㅎㅎ
의회 위에 거대하게 올려진 비행기 형상
그림자탑 ~ 사무동 ~ 의회
통성명을 한 뒤 나한테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어보는데, "코리아"라는 단어 자체를 모른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해서, 재팬-코리아-차이나라고 손으로 대강의 위치를 그려가며 동아시아 국가의 위치를 설명을 해주었다. 나름 머리를 써서 알려준건데 재팬-차이나-코리아 순으로 읊는다. 재팬이랑 차이나는 확실히 아는데 코리아는 전혀 모르는듯 했다. 위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재팬-코리아-차이나 순으로 알아야 할 텐데 하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설명을 해주었다.
J가 찬디가르를 다녀온 뒤 사진을 보내왔는데 그새 인공호수에 물이 가득하다-_-
내가 보고 싶은 광경이 이거였는뎁...
의회 벽면의 모자이크...가 아니고 저게 출입문이다!!
언제 연락할 일이 생기지 않겠냐며 내게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자신의 수첩을 내밀었다. 겉은 꼬깃꼬깃 낡았지만, 안의 종이는 깨끗했다. 워낙 나이가 많으신 분이라 별 일 있을까 싶어 영어로 내 주소를 통째 써주었다. 이제는 정말 해가 땅에 떨어질 시각이었다. 나는 충분히 르 코르뷔지에의 건물을 둘러본 뒤 캐피톨 컴플렉스를 나섰다. (뒤늦게 J를 통해 안 사실이지만 르 코르뷔지에에 관심이 있다면 르 코르뷔지에 박물관을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이제는 정말 땅거미...섹터 1을 떠나갈 시간~
근데... 내가 묵는 숙소 주소가 정확히 어떻게 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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