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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1 / 암리차르로 헐레벌떡(Rush to Amritsar)여행/2017 북인도 2017. 5. 12. 23:22
황금사원을 알리는 주황 깃발과 시크교 문양
황금사원 출입구를 오가는 신자들
이곳에서는 먹는 것, 자는 것, 입장, 보관 모두 무료다!!
다음날 암리차르로 향하는 열차는 오전 7시. 이른 시각이었다. 새벽 5시 30분쯤으로 알람을 대여섯 개 맞추어 두고 일찍 잠을 청했다. 그러나 내가 늦잠을 자게 되리라는 것은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었으니..
눈을 뜨니 6시 반이었다. 잠에 취한 나머지 나는 내가 늦잠을 잤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암리차르로 가면 저녁에 뉴델리로 가는 밤열차를 타야하기 때문에 미리 확실하게 씻어두어야 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체크아웃을 하면서 직원에게 기차역으로 가는 방법을 물으니 우버를 잡아 주었다. 릭샤의 거의 절반 가격에 우버를 탈 수 있었다.
우버를 기다리는 동안 군에 입대하면서 샀던 전자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딱! 7시 정각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띵동-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예정했던 것보다 한 시간 늦게 준비한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태평하게 씻고 있었다니..@_@
러크나우에서 찬디가르로 올 때에는, 러크나우에서 출발하는 데 30분이 넘게 지연되었다. (여기서는 지연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나는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을 열어두고 일단은 숙소 직원이 준비한 우버를 타고 역으로 향했다. 우버에서 내리는 대로 승강장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내가 예매한 열차번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 플랫폼을 떠나고 사라진 것이었다. 하필 예외적인 상황이 이때 발생하다니..
허탈한 기분조차 들지 않았다. 이 표를 구하려고 어제 그 고생을 했던가 하는 생각은 잠깐 들었다. 찬디가르에 남느냐 어떻게든 암리차르를 가느냐의 문제가 남았다. 암리차르에 가기로 결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암리차르발 뉴델리행 열차를 예매해 놓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암리차르로 가야했다.
기차역 앞에는 릭샤 운전수들이 항시 대기하고 있는 법. 릭샤 운전수에게 버스 터미널의 위치를 물었다. 버스터미널의 위치는 43섹터에 있다고 했다. 가격 흥정은 적당히 하고 우선 버스터미널로 가달라고 했다. 다행히 암리차르로 가는 버스가 마침 8시에 있어서 버스티켓을 끊었다. 찬디가르에 도착한 이후로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있었는데 다시 한 번 장시간 버스 안에 있어야 했기 때문에 초코바를 몇 개 샀다. (열차 안에서 제공되는 아침식사는 그대로 날려버렸다ㅠ)
인도의 고속버스...광적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던 아저씨는 기어이 앞차와 접촉사고를 내고야 말았다
인명피해가 없는 게 다행이었다 진심으로...
내 시선을 강탈했던 꼬마아이
할머니가 아이의 먹을 것을 자꾸 나한테 주셨다'ㅁ'
열차를 놓칠 정도로 아침잠을 깊이 잤는데도, 버스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은 잠을 자는 데 보냈다. 펀자브의 전원풍경은 우타르 프라데시의 그것과 분명 차이는 있었지만 큰 차이는 아니었다. 차이라면 좀 더 선선하고 건조한 지역이라 활엽수목의 잎들이 다 떨어지고 없다는 것 뿐이다.
중간에 잠이 깨서 내 앞에 앉은 아기에게 얼굴로 온갖 이상한 표정을 시도해 보았다. 아기가 좋아서 배시시 웃는다.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워서 손으로 살짝 볼을 만져봤다. 내 옆에 앉아 계시던 아이의 할머니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그러더니 할머니께서 나에게 자꾸 과자를 건네주셨다;; 잠깐 동안 아기와 교감했던 시간을 제외하고, 나는 아마도 목을 못 가눌 정도로 잠에 취해 있었던 것 같다.
버스가 출발한지 다섯 시간쯤 지나 거의 암리차르에 도착할 즈음이었다. 어디선가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려왔다. 접촉사고가 날 때 나는 충돌음이었다. 그게 바로 내가 타고 있는 버스가 낸 소리였다. 그렇다. 맹렬한 기세로 차를 몰던 우리의 버스 기사 아저씨는 기어이 앞차를 들이받고 말았다.
평소에 늘 궁금했다. 이렇게 질서없이 운전을 하면 차량보험제도라는 게 돌아가기는 할지. 차를 들이받은 쪽도 들이받힌 쪽도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뭐 여러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버스 안에 있던 승객들은 마침 옆에 지나가던 다른 시외버스로 옮겨 탔다. 그냥 마침 옆을 지나던 고속버스인 것 같았다. 아침에 열차를 놓친 것만으로도 경황이 없는데, 버스 접촉사고까지... 정말 다이내믹하다.
열차를 놓치고 버스로 암리차르를 오다보니 두 시간 가량 시간 손해를 봤다. 짐을 기차역에 맡길 생각을 고쳐먹고, 사원 입구에 있는 보관함에 짐을 두기로 했다. 그러면 기차역에 들렀다 다시 사원으로 가는 것보다 시각을 절약할 수 있을 터였다.
펀자브 지방에 온 뒤로는 릭샤 운전수와의 흥정에 그리 큰 힘이 들지 않는다. 운전수도 원하는 가격에 흥정이 되지 않으면 쿨하게 떠난다. 그렇지만 이번 만큼은 너무 터무니 없는 가격을 부르길래, 어쩔 수 없이 황금사원까지 가는 데 사이클 릭샤를 이용했다.
짐은 보관소에 맡기고~
신발은 벗고~
입구에서 주는 주황색 두건을 두르고~
맨발을 물에 씻은 뒤 마침내 입장했다
시크교도들의 성지 암리차르의 스리 하르만디르 사히브(Sri Harmandir Sahib)
이름하여 암리차르의 황금사원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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