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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1 / 황금사원에서의 오후(Late Afternoon in Amritsar)여행/2017 북인도 2017. 5. 13. 00:32
탁- 트인 호수 위에 두둥실 떠 있는 황금사원
황금사원 안에는 신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보다시피 줄이 너무 길어서 외관을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암리차르의 황금사원은 인상적이었다. 우선 정말 황금사원이었는데, 교토의 금각사처럼 물에 사원의 형상이 잔잔히 퍼졌다. 설명에 따르면 지붕만 순금으로 되어 있고 지붕 아래 부분은 도금을 했다고 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엄청 위생에 신경을 쓴다는 점이었다. 사원 내의 승려들이 끊임없이 물로 바닥을 닦고 쓸었다. 또한 사원 내에는 24시간 무료로 간단한 식사를 제공하는 곳이 마련되어 있었다.
사원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은 악단
나중에 기념품으로 인도 전통악기를 사갈까 하고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봤더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시크교 문양이 새겨진 주황두건을 두른 꼬마손님
람가리아 분가(Ramgarhia Bunga)
신성한 이 곳을 방어하기 위해 지어진 성벽 시설이다
나들이 나온 또 다른 꼬마손님ㅎㅎ
시크교의 본산이라고 하는 이곳을 지키는 승려들은 사원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에 대한 사명감이 남다른 것 같았다. 그게 눈으로 느껴졌다. 대리석은 반들반들했고, 모든 것이 정돈되어 있었다. 보통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사원에서는 신발을 보관하는 데 따로 돈을 받고, 사원을 입장하기 위해 적절한 복장을 갖추는 데 돈을 또 지불하라고 강요한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이 역시 입구를 들어서면 곧바로 보이는 건축물(물 위의 황금사원으로 이어지는 입구)이다
암리차르의 황금사원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기존의 시크교 사원과 다르다
첫째, 고지대에 세워진 기존의 사원과 달리 저지대에 세워졌다
둘째, 일반적으로 시크교 사원은 한 개의 입구를 가지고 있는데 동서남북으로 모두 합해 네 개의 입구를 갖추고 있다
이곳 호수는 그냥 관상용이 아니라 신자들이 목욕재계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암리차르(Amritsar)라는 지명에도 들어가는 'Amrit'은 '신성한 물' 또는 '불멸의 꿀'을 의미한다
호수 가장자리에는 잉어들이 유유자적 거닐고 있다
좋은 풍경과 환경 속에서 넋을 놓고 사원을 바라보았다. 시크교 사원인 만큼 모든 남성들은 머리에 터번을 두르고 있었는데, 자신의 머리보다 부피가 20배는 커보이는 어마어마한 터번을 한 할아버지도 있었다. 힌두교도들이 바라나시의 강가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하고 몸을 정화하고 싶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크교도들은 이곳 황금사원의 물에서 몸을 담그고 기도했다. 바라나시보다 느긋한 풍경이었다.
사원에서는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데 나는 미처 먹어보지는 못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무료식당'이라고 한다
목욕재계를 준비하는 아저씨
바라나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터번은 끝끝내 벗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암리차르가 황금사원으로 유명한 도시다보니 외국인이 꽤 많을 줄 알았는데, 동양인이 아예 없다시피 했고 외국인 자체를 보기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시선이 많이 쏠렸는데, 나와 사진을 찍자고 하는 인도사람들도 많았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일부러 통성명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 인도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 좋았다.
인도사람들은 사진을 찍는 것을 '정말'이라는 수식어를 몇 개씩 붙여도 모자랄 만큼 좋아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그렇고 동아시아 대부분 국가의 사람들은 장소를 사진으로 남기는 것도 모자라 음식까지 사진으로 남기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인도사람들은 그 이상이다. 행여나 휴대폰을 들이밀며 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면 최대한 정성껏 찍어준다. 단 한 명도 거절한 사람도 없었고, 성의 없이 찍은 사람도 없었다.
사람들로 붐비는 사원
사각형 호수의 가장자리를 따라 시계방향으로 느릿느릿 걸었다
앞서 맨 처음 입장했던 장소
카주라호 역에서 만났던 몰리크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한 명의 인도사람에게 카메라 쓰는 법을 알려주었다. 맘쁘라시라는 친구였는데 처음에는 깡패같은 인상이어서 좀 무서웠다. 결론적으로 좀 문제아인 것 같았고, 어른들이 나보고 이 아이와 떨어져 저리 가라고 했지만, 한동안 그 친구와 같이 걸으며 사진 찍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나중에는 도무지 카메라에서 떨어질 생각을 안 해서 좀 난감했다.
보다 정면 각도에서 황금사원을 바라보았다
1년 365일 24시간 개방된 공간이라 밤에 와서 야경을 보는 것도 참 괜찮을 것 같다
이 백색 건물은 아마도 서쪽 게이트인 것 같다
암리차르에서의 다음 미션은 다름 아닌 와가 국경에서의 국기 하강식이었다. 인도인들도 꼭 한 번 가고 싶어 할 만큼 유명한 행사다. 파키스탄의 라호르와 인도의 와가가 접하는 국경에서 매일마다 국기를 내리는 의식이 거행되는데 평범한 의식이 아니다. 양국의 의장대가 나와 절도 있는 퍼포먼스를 펼쳐서 보는 재미도 있을 뿐만 아니라, 양국의 국민들이 서로 자긍심을 분출하는 경쟁의 장이기도 하다.
시곗바늘이 3시 정각을 향해가는 줄도 모르고 한량처럼 마냥 사원을 돌아다녔다
호수 위에 퍼져나가는 황금사원의 잔영(殘影)
해가 중천을 넘긴지도 꽤 된 시각이었고
호박고구마 같은 황금사원도 더욱 노르스름하게 익었다
시간대와 상관없이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황금사원에 입장한 시간이 오후 2시였고 사원을 나선 시각이 4시였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사원을 나서는데, 듣덛 것(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나는 4시 즈음에 암리차르를 출발해야 하는 줄 알았다)과 달리 사원 정문 쪽에는 봉고차량이나 릭샤로 붐비지 않았다. 들은 바에 따르면 와가 국경을 찾는 인파가 많다보니 일정 시간이 되면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교통편이 사원 앞에 한꺼번에 모인다고 했다. 그래서 그 중 아무 차에나 몸을 실을 생각이었는데 보이는 건 몇 대의 릭샤 뿐이었다.
사원 앞에 있던 몇몇의 사람들에게 물어본 결과 와가 국경에서의 행사는 4시부터가 시작이었다. 사원을 나선 시각이 4시였기 때문에, 당장 출발한다고 해도 와가까지의 거리가 22km 거리였기 때문에, 와가에 도착할 즈음엔 이미 행사가 종료되어 있을 터. 아침에 암리차르행 열차를 놓쳤을 때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와가 행사가 지났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진짜 허무했다. 와가 국경 행사를 보자고 암리차르를 다시 찾을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속상하긴 해도 어쩌랴, 국경지대는 안전하지도 않고 더욱이 사람이 밀집하는 장소는 위험할 게 분명하다고!! 혼자 합리화할 수밖에.
하..할아버지 괜찮으신가요"-"
보는 내가 목디스크 걸릴 것 같은.....;;
내공이 대단한 승려인지는 몰라도 방문객들이 서로 사진을 찍겠다고 아우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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