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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1 / 마지막 열차(The Last Train)여행/2017 북인도 2017. 5. 15. 21:38
암리차르 역
암리차르 역에도 전시된 황금사원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으니, 열차티켓을 잃어버렸다. 나는 우리나라 시스템을 생각해서 개인신상을 몇 가지 입력하면 재발권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는데, 재발권이 안 된다고 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인지.
열차 탑승 시각이 다가오면서 초조해졌고, 내 또래로 보이던 지나가는 젊은 청년을 붙잡고 내 상황을 설명했다. 열차표를 찬디가르의 매표소에서 오프라인으로 구매했는데, 그 티켓을 잃어버렸다, E-티켓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다. '마난'이라는 이름의 그 친구는 나를 위해 두발 벗고 알아봐 주었다. 그런데 딱히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본인이 그 좌석을 예매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여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예매번호가 입력된 티켓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결론은 표를 새로 사라는 것이었다. 아니, 내가 산 자리가 공석으로 남을 텐데 무슨 표를 또 새로 사라는 건가? 빈 좌석을 놔두고 새로운 자리를 사라니..=_=
분주한 암리차르 역
열차가 출발하기 20~30분 전 역에 진입하면 직원이 각 열차칸마다 풀로 리스트를 붙여놓는다
좌석번호-이름-종착역 순서로 적혀있어서 티켓이 없어도 자리를 확인할 수 있다
마난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겠다 싶어 내가 직접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열차 출발 20분 점쯤 직원이 차량 밖에 탑승객 명단을 붙이기 시작했다. 3A 등급 좌석이 위치한 B 차량에 붙은 리스트에서 내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B2 차량에서 내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혹시나 표가 없으면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직원이 말할 것에 대비해서 내 이름과 예약번호가 나오도록 리스트의 사진을 찍어두었다.
내 자리는 48번 자리였다. 사이드의 윗좌석 무척 편한 자리다. 전화위복인 것일까. 열차 출발 전까지 1층 좌석에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아저씨의 이름이 너무 어려워서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한다. 다만 힌두교에서 믿는 어느 신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것 정도만 기억에 남는다.
아저씨는 와가 국경 행사를 보기 위해 케랄라에서 가족들과 함께 암리차르까지 왔다고 했다. 하필 와가 국경 행사 이야기라니. 여튼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희한하게도 인도의 어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야기의 초반에 결혼을 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곤 한다. 문화적으로 무슨 이유가 있는 건지 뭔지는 모르겠다.
열차 출발시각이 다 되어 내 자리에 시트를 깔고 짐 정리를 시작했다. 그런데 반가운 얼굴 마난이 바로 내 옆자리였다. 마난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왜 암리차르에 왔느냐고 물었더니 회의 때문에 암리차르에 왔다가 시간이 남아서 와가 국경 행사에 다녀왔다고 했다. 다시 한 번 날아든 비수!!'ㅁ' 와가 국경 행사가 대단했다며 자랑한다.
마난의 친구 중의 한 명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삼성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마난이 내게 무엇을 하느냐고 묻길래 작년까지 내가 어떤 일을 해왔는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마난은 'Cafe Coffee Day'라는 프랜차이즈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Cafe Coffee Day라면 인도에 머무르면서 세 번 들른 적이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다.
마난은 이 회사가 인도 전역에 1,400여 개의 지점을 갖고 있다고 했다. 내가 마난에게 일반적인 인도인들이 즐기기에는 전반적인 가격이 비싼 것 같더라고 말하니, 본인도 인정했다. 그렇지만 이런 카페를 즐길 여력이 되는 젊은 세대가 증가하고 있으며, 카페 커피 데이의 타겟은 바로 이들 젊은 세대라고 했다. 한참 이야기를 주고 받은 뒤 각자의 잠자리로 돌아갔다. 이제 인도에서의 마지막 열차였다.
큰 도움을 주었던 마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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