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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2 / 과분한 눈요기(Akshardham Temple, Delhi)여행/2017 북인도 2017. 5. 20. 22:53
악샤르담 사진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카메라도 휴대폰도 들고 갈 수 없기 때문!
악샤르담역에서 만나기로 한 시각이 오후 2시였기 때문에, 좀 여유 있게 시간을 두고 로터스 템플에서 출발했다. 중간에 지하철을 잘못 탔지만,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짧은 시간 동안 세 군데의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역시나 끼니를 거른 탓이다. 하루에 대략 한 끼만 먹은 게 벌써 3일차였다. 설사병이 가라앉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건만, 마지막 날이니 만큼 의욕이 앞섰다.
시간에 맞춰 도착했는데, 만나기로 했던 X, Y는 더 일찍 도착해 있었다. (이 둘은 나보다 인도에 남은 일정이 더 있었다) 불과 이틀 동안 서로 다른 지역을 여행했을 뿐인데 오랜만에 보는 느낌이었다. 바라나시에서 각자 행선지로 갈라진 후, 서로에게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다. 대개는 기차 연착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J는 기차 연착에다 그가 들르고자 했던 오지의 부족마을에 입장하기 위해 허가를 받는 일이 지체되면서 여행계획 전반에 차질이 생겼다. 두 명의 단짝 친구 X, Y는 러크나우를 떠나던 날 열차가 10시간 연착되면서 통으로 하루를 날렸단다. 그에 비해 이틀간 그나마 찬디가르와 암리차르를 소화한 나는 양반이었다;;
악샤르담은 지갑이나 여권 외에 일체의 개인 소지품을 가지고 입장할 수가 없다. 우리는 소지품을 맡기고 악샤르담 사원에 입장했다. 악샤르담의 스케일은 어마어마 했다. 우리나라 불교가 조계종, 화엄종, 천태종 등 여러 종파로 나뉘는 것처럼 힌두교도 교파가 있다고 한다. 그 중에 가장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이 구자라트의 종파인데, 구자라트 종파에서 뉴델리에 지은 야심작이 바로 악샤르담 사원이다.
발음도 어려운 이 사원의 규모는 듣던 대로 과연 어마어마했다. 내부의 조각도 카주라호에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어마어마한 종교시설을 무료로 입장하게 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종단에서 돈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길래 이 화려한 사원을 모두에게 무료로 개방한다니.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악샤르담이 딱히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물론 놀라기는 했다. 첫째, 규모가 엄청났다. 둘째, 조각이 엄청났다. 그렇지만 놀란 것이 다였다. 요컨대 굳이 오늘을 살아가는 시점에 굳이 이런 종교시설이 또 필요하진 않다는 것이다. 델리에만 힌두 사원이 이미 여럿 있다.
르 코르뷔지에는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면서 더 이상 장식적인 건물을 짓던 시대는 지났다고 결론을 내렸다. 카주라호의 사원이나 아그라의 타지마할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러운 건축양식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악샤르담 사원 같은 건물을 굳이 새로이 짓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차라리 종단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데 그 돈을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맨발로 사원을 걷는 내내 지울 수 없었다. 인도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절대빈곤율은 여전이 20퍼센트 이상을 찍고 있지 않은가.
3시 반이 되어 일행과 인사를 나누고 먼저 악샤르담 사원을 나왔다. 출발시각까지는 한참 남아 있었지만, 행여 공항에서의 절차도 샨티샨티~할까봐(;;) 넉넉히 시간을 잡고 출발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마지막 여정을 식사로 따지자면 후식을 먹을 타이밍인데, 겉만 번지르르한 메인 요리를 먹어서 속이 더부룩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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