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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보통이란 무엇일까?여행/2017 북인도 2017. 5. 21. 00:03
아그라 포트에서 찍은 사진
프롤로그도 인물 사진으로 시작했으니, 에필로그도 인물 사진으로!!
처음 포스팅을 시작할 땐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여행을 한 게 올해 1월과 2월 사이, 그리고 포스팅을 시작한 게 2월 말인데 어느덧 여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고 보니 포스팅 중간에는 포스트 하나가 포털 메인에 떠서 당황한 적도 있었다. (그날 조회수가 너무 올라가길래 메인화면에서 내려달라고까지 했다ㅠ) 여하간 드디어 학수고대(?)하던 에필로그다!!
"보통이란 무엇일까?"
길지 않은 일정이었지만―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약 2주 일정으로 인도를 왔다고 하면 다들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인도를 돌아다니며 가장 많이 떠오른 질문이었다.
헷갈렸다.
깔끔한 차림, 남루한 차림, 단정한 얼굴, 초췌한 얼굴, 사근사근한 말투, 거친 말투.
사원에서 들려오는 평화로운 음악소리, 귀따가운 경적소리, 은근한 향신료 냄새, 매캐한 매연 냄새.
아름답고 웅장한 건축물, 폐허만 남은 유적.
어느 것하나 인도에 대해 속시원히 알려주지 않았다.
이렇게 볼거리가 가득하고 들을거리가 가득하고 먹을거리가 가득한데, 그리고 지금 그 가운데 와 있는데,
그래서 "인도는 뭐지?"하면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중국 역시 광활한 나라지만 '중국'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스테레오타입이 있다.
프랑스, 영국, 일본 등등에 대해서도 대략적인 이미지가 그려진다.
그런데 인도는 정말 모르겠다.
인도의 평균적인 모습은 무엇일까?
'보통 인도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애당초 '보통'이란 게 있기나 한 곳일까?
너무나 다양한 생김새, 삶의 방식, 생각하는 방식이 통하는 이곳.
에필로그를 쓰면서 다시 한 번 정의(定義)내려 보려 해도 쉽지가 않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인도는 BRICs의 한 국가쯤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아니면 불교의 나라 정도...?!;;
그밖에 외교적, 문화적, 사회적 측면보다는 경제적 측면에서 더 많이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경제적 접근마저 쉬워 보이지는 않지만..)
흔히 말하길 인도가 잠재력이 높은 나라라고는 하지만, 숨겨진 능력치가 드러나기에는 사회안정과 통합이 여전히 시급해 보인다는 게 개인적인 느낌이었다.
구성원간의 경제적 격차가 너무 크고 사회 제반 시스템이 제도적으로 촘촘하게 마련되어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인도로 떠나기 전까지 2016년 겨울은 내게 유난히도 춥게 느껴졌다.
인도는.. 글쎄..평소 꿈꿔온 여행지도 아니었는데, 동면상태에 들기 일보직전 즉흥적으로 인도를 여행지로 정했고 뒤늦게 비자를 신청했다.
그러고는 내내 수수방관하다가 여행 며칠을 앞두고 부랴부랴 짐을 싸기 시작했다.
첫날 델리에 도착해서 파하르간즈에서 느낀 인도에 대한 첫인상은 가히 최악이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하나둘 도시를 거치면서 인도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흔한 찬사를 보내기도 어려울 것 같다. (물론 인도 전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인상을 갖고 떠났다)
그렇지만 '내가 아예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공간'에 와 있다는 사실은 거부감, 호감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느낌을 주었다.
생경한 느낌이었다.
여행중 J가 인도에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있냐고 여러번 물어와도 잘 모르겠다고만 답했었다.
그러던 중 얼마전 영어로 면접을 보다가 인도여행 이야기가 나왔는데, 인도에 다시 갈 의향이 있냐고 면접관이 묻길래 YES!하고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게다가 다음 번에는 남부인도를 가보고 싶다고 덧붙이며.
그런데 면접관이었던 백인남성도 아마 인도 여행 경험이 있었던 모양이다. 케랄라에 갈 거냐고...ㅎㅎㅎ
(글쎄 다시 생각해보니...급해서 답변을 막 둘러댔던 것 같기도 하다ㅋㅋ)
분명한 사실은 신선한 자극을 받은 여행이었다는 점이다.
얼마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말한 것처럼, 자기자신을 새로운 환경에 떨어뜨리고 스스로를 재발견하기 위해 여행을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뭐.."돈과 시간에 제한만 없다면" 남부인도가 대수랴~ㅠ
여하간 이로써 길고 길었던 북인도 여행(카슈미르 일대 제외)의 포스팅을 매듭짓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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