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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1 / 빈약한 저녁식사(Addicted to Junk Food)여행/2017 북인도 2017. 5. 14. 21:28
해가 뉘엿뉘엿
대리석 광장에 비치는 석양과 그림자
분수 벤치에 앉아 있는 시크교도
저 멀리 보이는 홀 시장(Hall Bazar)으로 들어갔다
황금사원 주변에는 유달리 검을 파는 가게가 많았는데 사들고 가기는 힘들 것 같아 사지는 않았다
생각지도 못하게 시간이 비었다. 암리차르에서의 하루도 끼니를 제대로 먹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우선 무언가를 먹어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잘 정돈되어 있는 사원 앞의 상점들을 잠시 둘러본 뒤, 또 다시 KFC로 향했다. 설사병이 도지고 나서 인도음식은 냄새만 맡아도 속이 울렁거렸다. KFC가 딱 두 군데 뿐이었는데, 3킬로가 조금 넘는 거리였다. 시간이 남아돌았기 때문에 릭샤를 타는 대신 걷기로 했다.
홀 시장에서 / 허공을 바라보는 사이클릭샤 운전수
평범한 여느 인도의 시장골목과 같다
옷감이 가득 진열된 골목
홀 시장을 절반쯤 더 지나온 것 같다
더욱 현지인들로 넘쳐났다
쇼핑하려고 시장골목에 들어온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황금사원 앞은 잘 정돈된 데 비해 사원에서 멀어질 수록 델리나 아그라에서 봤던 정돈되지 않은 거리의 풍경이 나타났다. 얼마나 걸었을까 드디어 KFC에 도착했다. 암리차르 정션 역보다도 더 위에 있는 지역이었다. 외국인은 찾을 일이 없는 지역이라서 사람들이 나를 신기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홀 시장을 나오자마자 보인 회전교차로의 동상
어떤 인물인지는 모르겠다..
나중에 델리의 악샤르담 사원에 가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마치 '우리나라를 빛낸 100명의 위인들'처럼 인도에도 영웅시하는 위인들이 매우 많은 것 같았다
고가도로 밑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 소가 위태위태해 보였다
홀 시장을 빠져나오는 길에 찍은 사진
암리차르 정션 역 위를 가로지르는 고가도로
가로등에 하나둘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전날 찬디가르에서는 징거 버거 세트를 먹고 이번에는 징거 디럭스 버거 세트를 먹었다. KFC를 나선 시각에는 사위가 어두웠기 때문에 릭샤를 타려고 했는데, 오토릭샤며 사이클릭샤며 아무것도 나타나지를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지나가던 오토바이가 멈춰선다. 젊은 남성이 나에게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 기차역을 이야기하니 거기까지 바래다주겠다고 했다.
고가도로에서 내려다 본 철로
암리차르 정션 역에서 뻗어나온 선로 위로 역시나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이 오다닌다
역에 진입하는 열차와 지평선에 가까워지는 태양
역 일대를 거처 삼아 살아가는 걸인들
나를 보고는 사진을 찍어달라며 연신 소리를 질렀다
인도에 와서 오토바이까지 탔으니, 시내버스를 제외하면 인도에서 교통수단이란 교통수단은 다 체험해본 셈이 되었다. 찬디가르의 숙소에서 역으로 이동할 때는 숙소 직원의 도움 덕분에 저렴한 우버도 이용했다. 파테푸르 시크리와 시칸드라로 이동할 때에는 광역버스도 이용했다. J는 열차를 등급별로 체험해보겠다며 3A 칸에서 2A 칸으로 업그레이드해서 타봤다는데, 나는 그렇게까지 한 적은 없지만 여하간 여러 교통수단을 타보게 되었다.
오토바이 뒷좌석에 앉아보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자세가 불안했다. 더군다나 커다란 보스턴 가방에다 색 하나를 멘 상태였기 때문에 자세가 더욱 위태위태했다. 간신히 팔을 뒤로 젖혀 손잡이를 단단히 잡고 몸을 지탱했다.
홀 시장을 빠져나온 뒤 말비야 로(Malviya Road)를 지나야 목적지인 KFC에 도착한다
KFC 가자고 3km 거리를 꼬박 걷다니 나도 대단하다
길을 장식한 인도의 깃발
사이클릭샤 운전수의 짓눌린 어깨
나한테 어―이 하며 이리 와보라는 듯 소리를 지르던 일행
갑자기 렌즈를 들이대니 얼음처럼 굳어버린 모습이다
젊은이가 나한테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사우스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니 알아듣지를 못한다. 찬디가르의 캐피톨 컴플렉스를 지키던 관리 아저씨에게 설명했던 것처럼 재팬-코리아-차이나 공식으로 설명을 해도 이해를 못한다. 결국 '사우스 코리아'를 알리는 데는 실패한 채 역에서 헤어졌다. 그의 호의만큼은 정말 고마웠다.
바로 여기서 친절한 청년을 만나 오토바이를 얻어 탈 수 있었다
청년은 외국인이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냐고 물었는데, 차마 KFC 때문에 왔다고 말하지는 못했다
KFC를 나서며 찍은 초저녁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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