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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따라 물 따라여행/2017 초여름 영월 2017. 7. 17. 15:53
요선정이 빠꼼히 보이고..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가물 수가 없었는데, 그새 충북지역에 물폭탄이 떨어져서 이제는 비 피해가 심하다고 한다;; 날씨도 중간이라는 게 있으면 좋을 텐데 참...피해지역이 무사히 복구되었으면 좋겠다.
요선정에 올라서니 왼편으로 조각된 불상이 보이는데 꼭 오뚜기 같이 생겼다
오른편의 정자는 숙종과 영조, 정조가 사사한 어제시(御製詩)―임금이 지은 시―를 봉안하기 위해 지어졌다고 하는데,
파란색깔의 현판이 인상적이었다
불상의 뒤로는 바위에 단단히 들러붙은 소나무가 시원하게 푸른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마저 여행기를 남겨보자면, 우리의 첫 일정은 요선암(邀僊岩)에서 시작되었다. 일명 '돌개구멍'이라고도 불리는 이 계곡의 기암괴석은 아마도 회오리처럼 굽이치는 모양 때문에 그러한 이름을 얻은 게 아닌가 싶다. 먼저 요선정부터 들른 후, 내려오는 길에 요선암을 구경했다.
원래는 물이 들어 차 있어야 할 자리에 물이 없다보니 잿빛 바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요선암(돌개구멍) #1
요선암(돌개구멍) #2
요선암(돌개구멍) #3
요선(邀僊; 邀仙)을 풀이하면 '신선을 맞이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그런지 양반들이 풍류를 즐기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땡볕 더위에 그늘을 찾는 것도 힘들었고, 시원한 물소리가 들렸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z-;;), 간단히 자두를 먹고 자리를 이동했다.
요선암을 떠나는 길에 발견한 노란색 새
한반도 지형 도착!!
그럴 듯하게 닮아 있다
아침에 출발해서 요선암을 둘러보고 나니 대략 1시쯤 됐던 것 같다. 후다닥 검색을 해서 생선구이를 하는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한반도 지형으로 향했다.
요선암에는 아버지와 나 외에 일행이 하나 밖에 없었는데, 이곳 한반도 지형은 그래도 인지도가 있는 곳인지 단체 관광객이 좀 보였다. 여기도 너무 가물어서 바짝 마른 모래바닥이 수면 위로 올라와 있었다. 나는 '썰물 때라 서해에 갯벌이 올라와 있다'고 했고, 아버지는 멀리 보이는 시멘트 공장이며 수직으로 깎아내리는 산이 흉물스럽다고 아쉬워하고 계셨는데, 저 멀리서 명언(?!)이 들려 왔다.
단체 관광객에 섞여 있던 어느 아줌마 역시 일행들과 시멘트 공장 얘기를 나누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던 중 '어차피 저쪽은 중국땅이니 신경쓸 필요 없어~~!!'고 쿨하게 넘기신 것이다...-s- 그게 또 묘하게 들어맞아서, 까르르 맞장구 치는 일행과 함께 나도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여하간 여전히 석회암을 이용한 산업이 주된 지역인지라, 시멘트 공장 뿐만 아니라, 시멘트를 실어나르는 대형차량들도 자주 보이곤 했었다.
한반도 지형의 오른편으로는 선암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정선의 동강(東江)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곳 영월에 와서 서강(西江)이 따로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우리나라에도 다녀볼 곳이 참 많다
가물어서 강폭도 좁은데, 뗏목이 강위를 오가고 있었다
석회암 지대라 그런지는 몰라도, 돌들이 참 특이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마치 좀 전에 운석이 냅다 박힌 것처럼, 반들반들 윤이 나는 바위가 있는가 하면 심하게 결이 뒤틀린 돌들도 있었다. 지질학적으로 가치가 있는 지역이라고는 하는데, 산책로가 한창 정비중인지라 제대로 구경할 수는 없었다.
선돌 위에 자라난 수목(樹木)
선돌
다음으로 들른 곳이 선돌이다. 이름 그대로 우뚝 선 모양의 암석인데, 단종이 청령포로 유배가는 길에 잠시 머무른 곳이라고 한다. 사진에는 잘 표현되지 않았는데 보기보다 높이가 높다. (바위 자체만 높이가 70m에 달한다) 예전에 단양을 여행할 때 봤던 석문(石門)이 떠올랐다.
자동차로 이동을 하다보니 (그리고 여행지가 다 가까운 거리에 있다보니) 금방금방 여행지를 둘러보았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이 뒤의 일정은 훨씬 느긋하게 보냈던 것 같다. 요선암, 한반도 지형, 선돌은 전망대에 가서 눈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여행지였다면, 다음 여행지는 그늘을 따라 천천히 거닐 수 있는 장릉(莊陵)과 청령포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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