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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영월송(寧越松)여행/2017 초여름 영월 2017. 7. 2. 01:39
올해 충북 내륙지역, 강원도 영서지역과 인연이 있는 것일까, 올봄 이래로 이 지역에 들른 도시만 원주, 충주, 제천, 그리고 이번에는 영월이다.
취업이 결정된 뒤, 당분간 여행다니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 1박 2일로 아버지와 영월 여행을 다녀왔다.
영월은 조선의 여섯 번째 왕이었던 단종의 고장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소나무가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극심한 가뭄에 시달려 서강(西江)의 물줄기는 무척 가물어 있었지만, 소나무만큼은 푸른빛이 좔좔 흘러넘쳤다.
땅을 딛고 구불구불 위로 뻗은 나무 껍질이 거북 등딱지 같은 모습을 하고서는, 가지 끝끝마다 푸른 그늘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한편 서울 경기 지역에 분포된 나머지 조선왕릉과 달리 유일하게 강원도에 자리잡고 있는 왕릉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영월의 장릉(莊陵)이다.
이처럼 수양대군에 의해 영월의 청령포로 유폐된 단종의 구슬픈 발자취가 영월 이곳저곳에 남아 있는데, 그 뒤를 따라다니며 조선의 역사를 머릿속으로 그려 보았다.
영월은 이 일대의 광산들이 문을 닫으면서 쇠퇴의 길을 걸은 대표적 지역 중 하나로 거론되곤 한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깎아내려가고 있는 산등성이와 국도를 부지런히 오가는 트럭들을 보면 광업은 여전히 이 지역의 중요산업인 듯하다.
재미있는 점은 광산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한 꺼풀 걷어내면, 새로운 차원의 자연과 역사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후텁지근한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기꺼이 그늘을 내어준 영월.
TV방송에서까지 가뭄문제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이곳에서 한여름의 성숙한 녹음(綠陰)을 미리 마음에 담아갈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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