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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7 / 네게브(Negev; Southern Israel) : 마사다 국립공원(Masada National Park)여행/2018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018. 9. 25. 00:07
케이블카를 타고 마사다 정상으로 이동
정상 즈음에 다다르니 정상까지 걸어서 올라오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보인다
걸어서 올라오기 매우 힘든 코스였다
마사다 국립공원의 정상부 풍경
오래된 회랑을 따라 창고와 각종시설이 늘어서 있다
마사다 정상부에서 내려다본 사해 일대
다음날 여행을 위해 전날 호스텔에서 미리 패키지 투어를 예약해두었다. 택시를 타보기도 하고 히치하이킹을 해보기도 하고 여행중 만난 여행객의 렌트카를 함께 타보기도 했지만 7일차 여행만큼은 패키지 투어를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이날 일정이 마사다 국립공원과 아인-게디 국립공원, 사해를 둘러보는 것이었기 때문. 더군다나 이날 내가 들른 사해의 해수욕장은 일반적으로 찾는 아인-보켁 해안이 아니라 사해 최북단에 위치한 칼리아 해변이었기 때문에 네게브 지역과 서안 지구를 넘나드는 동선이었다. 결과적으로 패키지 투어를 예약했기에 이날의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는데, 직접 발품을 파는 여행의 묘미는 덜했다.
마사다 왕궁의 일부를 복원한 모형
사진 속 왕궁은 북쪽 일부로 정상부의 왕궁과 생활공간은 극히 일부만이 재현되어 있다
지금은 이처럼 폐허가 되었지만
그 잔해를 보며 옛모습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마치 거대한 갯벌에서 썰물이 빠져나간 자리처럼 지형이 굽이친다
좀 더 넓게 바라본 풍경으로는 사해를 동편에 끼고 거대한 협곡이 눈에 들어온다
항공사진을 찍은 것이 아님에도 마치 여러 산줄기가 분기(分岐)한 것 같은 꼴을 하고 있다
마사다 국립공원을 돌아다니는 내내 요란스레 연습비행을 하던 전투기
나는 위장된 평화로 믿지 않지만 폭력에 의한 침묵도 원치 않는다
아침 가장 먼저 들른 마사다 국립공원은 이른 새벽에 일출을 보러 가는 코스와 아침 7시에 출발하는 일반 코스가 있었는데 체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전자의 경우 마사다의 트레킹까지 포함되어 있었고 후자는 케이블카를 이용한다는 점이 달랐다. 이게 어떤 차이냐 하면 마사다 국립공원이 깎아지르는 절벽 위에 지어진 왕궁의 폐허이기 때문에 급격한 경사를 걸어서 이동하느냐 케이블카로 이동하느냐는 매우 큰 차이였다.
앞서 모형에서 보였던 아래층 테라스로 내려가는 길
테라스는 왕족만이 이용할 수 있었던 곳으로 제법 옛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테라스에서 내려와 좀 더 가까지 벌판을 들여다보니 사람의 발길이 닦아놓은 오솔길이 보인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한 번 걸어보고 싶은
아마 또다른 발굴현장인 듯한데 마치 나스카 라인처럼 메마른 땅위에 정사각형을 남기고 있다
여하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지정되기도 한 마사다 국립공원은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수수께끼가 가득한 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외딴 섬처럼 우뚝 솟아 있는 좁다란 절벽에 옛 건물터가 남아 있는데, 우물을 어떻게 끌어올렸는지 건물 자재를 어디서 날라 왔는지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환경상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왕궁을 지어올릴 생각을 한 사람들은 일찍 로마시대부터 수세기 동안 이곳에서 삶의 터전을 가꿔왔던 것으로 보인다.
마사다 국립공원은 지도상 동쪽으로 뱀길이라고 불리는 관문을 두고 있다. 마사다를 이어주는 몇 안되는 길 중 주로 이용됐던 길로 무척 가파른데다 굉장히 급격한 갈지 자로 길이 나 있어서 뱀길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다행히 뱀길을 생략하고 케이블카로 마사다 정상에 오르긴 했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트레킹으로 절벽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니 직접 걸어오르는 묘미가 있었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다시 마사다 국립공원의 내부로 눈을 돌리면 왕궁의 폐허는 이러하다
갯벌에서 썰물이 빠져나간 것 같다고 사해 일대의 지형을 묘사했는데
실제로 사해의 수위는 점차로 낮아지고 있다
사해 반대 방향, 그러니까 네게브 사막쪽을 바라본 모습
좀 더 넓은 각도에 담은 마사다 국립공원의 모습으로 이 즈음부터 서쪽 방면을 둘러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절벽의 형태를 최대한 활용하여 뱃머리 모양을 하고 있는 왕궁터
서쪽 방면으로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마사다 국립공원의 본격적인 관광은 정상에 오른 뒤부터 시작된다. 지도 위에 바늘로 콕 찍은 듯한 크기에 불과한 면적에, 편평한 면을 이루고 있는 절벽 꼭대기에 다채로운 옛 시설들이 남아 있다. 왕궁, 창고, 목욕탕―식수도 아닌 목욕을 하기 위한 물을 도대체 어떻게 끌어왔을까?―을 비롯해 각종 편의시설과 고대 모자이크 장식들이 남아 있다.
동쪽으로 뱀길을 올랐으니 반시계 방향으로 북~서~남쪽 구역을 둘러보았다. 북쪽에는 왕궁 내에 자리잡은 테라스가 있는데 절벽 정상부보다 조금 낮은 절벽 중턱에 간신히 걸쳐 있는 약간의 평지에 테라스를 지어놓았다. 서쪽에는 훨씬 열악하고 위험하지만 마사다로 오르는 샛길이 하나 더 있고, 남쪽은 가장 폐허가 된 지역으로 일부 주거지역과 창고가 남아 있다. 이스라엘 자체가 물이 귀하고 건조한 지역인데 그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이곳까지 흘러들어와 왕궁을 지었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다.
작은 창으로 내다본 협곡의 모습
풀 한 포기 없는 풍경이 뭐가 멋있냐고 하지만
마치 화성에 툭 떨어진 듯한 이런 광경이 나는 좋다
한창 관람하던 중 작은 사무실 공간에서 토라를 필사하고 계신 할아버지
서쪽 방면으로도 협곡 밑을 이어주는 통로가 있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올 때 보았던 뱀길만큼 이용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또 다른 공원의 풍경
유달리 대중 목욕탕이 많이 남아 있었는데 워낙 여러 종류의 공간이 있어서
개개의 용도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모자이크 #1
모자이크 #2
마사다 정상에는 건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더욱 볼만한 것은 마사다를 에워싼 이 지역의 풍경이다. 동쪽으로는 사해의 풍경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구릉이라기엔 굴곡이 크고 산이라기엔 날카롭지 않은 삭막한 황야의 풍경이 펼쳐진다. 마사다를 일군 옛사람들 뿐만 아니라 이토록 척박한 땅에 아스팔트로 길을 내고 물을 퍼올리며 살아가는 지금의 이스라엘 사람들도 대단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항공사진으로 촬영한 마사다 국립공원의 사진을 봐서는 공원을 다 둘러보기까지 그리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았는데 동서남북을 모두 둘러보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기억에 남는 것은 이곳에는 심지어 종교의식을 치르는 공간까지 있었는데 종교의식을 거행하기에 앞서 몸을 정결히 하기 위해 몸을 씻는 공간까지 있었다는 점이다. 식수와 목욕보다 더 고차원적으로 물을 사용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동, 얼마나 발달된 기술이 동원되었던 것일까.
이제 남측으로 이동하는 중
보통 관광객들이 동북쪽에서 시작해서 서편을 둘러본 뒤 흥미를 잃는지
남측으로 넘어와서는 프랑스인 일행을 제외하고는 급격히 사람이 줄었다
비둘기장으로 쓰였던 공간이라고 한다;;
아마 식용으로 기르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남측은 왕궁의 중심부가 아니어서 그런지 유적이 드문드문 남아 있었다
다시 내려가기 위해 케이블카로
귀를 찢는 듯한 전투기의 가공할 만한 소음만큼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커다란 이스라엘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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