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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6 / 서안지구(West Bank) : 마르 사바(Mar Saba Monastery)여행/2018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018. 9. 23. 13:59
네드의 차 안에서
민둥산은 초록 나무 대신 나이테를 머금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가옥들
끝없는 황야
황야
이스라엘에 다윗의 별이 새겨진 이스라엘 국기가 많이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 구역에는 빨강, 초록, 하양, 검정의 팔레스타인 국기를 쉽게 볼 수 있다. 국가의 존립을 두고 다투고 있는 두 지역인 만큼 우리가 공휴일에 국기를 거는 것보다 더 많은 국기들이 눈에 띈다. 네드와 약속한 시각에 택시로 되돌아가 마르 사바로 이동하는 동안 팔레스타인의 스산한 풍경을 볼 수 있었으니, 폐허가 된 채 방치된 집들이 너무나 많았다. 짓다만 집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다가 떠난 집처럼 보였는데, 몇몇 집 수준이 아니라 동네가 통째로 비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지역에서는 모스크의 첨탑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는데 이런 인기척인 사라진 마을에도 누군가 살고 있기는 한지 더러 쿠란의 노랫가락이 흘러나오는 곳도 있었다.
마르 사바 도착!
네드 아저씨 한 시간만 둘러보고 올게요
저 꼬부랑길과 오솔길을 따라 짧은 트레킹을 할 생각!
삭막한 너무 삭막한
걸어가 봅시다~
크고 작은 구릉을 얼마나 넘었을까, 네드는 네비게이션도 없이 직선도로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하나도 없는 이 지역에서 능숙하게 길을 찾아갔다.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마르 사바 수도원은 매우 더운 곳에 있으니―베들레헴에서부터 이미 더웠지만―물을 든든히 먹어두어야 한다며 운전중 갑자기 내리더니 슈퍼마켓에서 1.5리터 들이 물통을 두 개 사들고 왔다. 하나는 내게 주고 하나는 자기 몫으로. 네드에게 여기는 왜 집에 사람이 안 사느냐고 물으니 코웃음을 칠 뿐 대답은 않는다. 자기도 모른다는 의미인지 영어로 설명하기 귀찮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마르 사바 수도원은 수도원이니 만큼 무척 외진 곳에 있다. 한참을 가도 인가가 계속 보여서 수도원이 나오겠나 싶었는데 더 한참을 가니 수도원이 나오기는 나왔다. 론리 플래닛에는 점심시간에는 수도사들이 식사를 하는 관계로 문이 닫혀 있을 수 있다고 했는데, 도착했을 때 ‘아예’ 문을 닫은 상태였다. 하지만 수도원 내부를 보는 것보다는 절벽 위의 요새처럼 겹겹이 지어진 수도원의 외관을 보려는 생각으로 왔기 때문에 수도원 둘레를 둘러보는 것으로 충분했다.
저 그을린 피부의 청년이 안내를 돕겠다고 했지만 그냥 거절..ㅎㅎ
수도사가 내부 관람을 불가능하다고 얘기한듯한데
론리 플래닛에서 본 것과는 정보가 좀 달랐다
협곡에 자리 잡은 마르 사바
수도사들이 고행하던 석굴들
정말 꼭 와보고 싶었던 마르 사바
수도원의 관리인으로 보이는 젊은 팔레스타인 청년 한 명이 다짜고짜 다가와서는 수도원의 풍경을 소개해주겠다고 했는데, 나중에 팁을 요구하려는 속내가 훤히 보였기 때문에 거절했다. 그랬더니 저기 반대편 절벽에는 사람들이 총을 들고 다니는데 혼자 갔다가 그 사람들을 만나면 정말 큰일이 날 거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이었다. 그 말에 약간 겁을 먹기는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허풍이 너무 세서 팔레스타인 청년을 놔두고 걷기 시작했다.
수도원 바깥으로는 좁다란 계단 길이 매우 길게 구불구불 뻗어 있다. 또 길을 따라가다 보면 수도사들이 수행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작은 동굴(Grotto)들이 보이기도 한다. 너무 척박한 지역이라 어쩌자고 이런 곳에 수도원을 지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앞서 팔레스타인이 언급했던 문제의 야트막한 절벽을 오르니―물론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처럼 인적이라고는 전혀 없었다―동쪽으로는 사해가 보이고 서쪽으로는 수도원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수도원은 위장한 군인처럼 절벽과 똑같은 황톳빛으로 보호색을 띠고 있었지만, 수도원답지 않은 화려함 때문에 오히려 돋보일 뿐이었다. 순간 내가 정말로 낯선 곳에 와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마르 사바의 전경
절벽의 크고 작은 석굴
정말 <반지의 제왕>에나 나올 것 같은 독특한 고성(古城)
마르 사바 수도원 #1
마르 사바 수도원 #2
좀 더 높은 지점으로
다 올라와도 갱단은 없는 걸..'~'
사해를 바라보며
수도원을 에워싼 길이 무척 길게 느껴졌는데도 수도원 주위를 막상 한 바퀴 돌고 나니 생각보다 일찍 택시로 되돌아왔다. 네드는 아까 봤던 팔레스타인 청년과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도착했을 때에는 보지 못했던 남자 꼬마아이가 있었다. 네드는 꼬마아이를 중간에 내려주고서는 다시 베들레헴으로 향했다. 베들레헴의 출발지였던 탄생교회로 복귀했을 때, 네드는 정말 헤로디안 국립공원은 안 갈 거야? 하고 농담조로 물었다. 나는 거절하며 약속했던 금액을 지불했다.
걷는 동안 내 머리 위를 빙빙 맴돌던 맹조류 한 마리
남쪽으로 수도원을 돌아 북쪽으로 되돌아 걸어오는 길
마르 사바 수도원의 성벽
다시 내려다본 아찔한 계곡
시작점으로 복귀!
아마 이 즈음부터 이스라엘 유심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사용량을 다 소진한 모양이었다. 지도도 잘 작동하지 않아서 기억에 의지해 아침에 탔던 버스를 타고 예루살렘에 도착할 수 있었다. 휴대폰이라는 물건이 무용지물이 되고 보니, 그것도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덜컥 겁이 났다. 그러나 무모했다고도 할 만한 것이 예루살렘으로 되돌아오고서 내가 곧장 간 곳은 아랍 버스터미널이었다. 베들레헴을 그렇게 둘러보고도 시계는 아직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스라엘에서 매순간이 아쉬웠던 내가 이날 즉흥적으로 가고자 마음먹은 곳은 라말라, 팔레스타인의 수도였다.
네드 아저씨,
성가족 병원 말고 아까 나 태웠던 곳에서 내려줘요~
마음에 드는 풍경
휑하니 방치된 빈집들
그나마 인기척이 느껴지는 팔레스타인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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