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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10/ 한밤중 쏘다니기(Sleepless in Seattle)여행/2015 미국 북서부 2016. 8. 29. 22:30
<로스팅후 배관(?)을 타고 원통에 담기는 여러 종류의 원두>
나는 내심 스타벅스에서 좀 쉬었다 컬럼비아 타워 전망대에 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동생이 완강하게 반대했다. 마지막날이랍시고 이것저것 지출이 많기도 했고, 저녁 일곱 시쯤 됐기 때문에 굳이 무리해서 전망대까지 갈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둘러볼 수 있는 건 다 둘러보자는 주의였지만, 이번엔 동생 의견을 따랐다. 대신 건축물 자체로 둘러볼 만하다는 공공도서관을 구경하기로 했다. 스타벅스에서 한참 쉰 뒤, 이번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다시 밤길을 걸었다. 사실 미국이나 유럽은 밤에 바깥활동을 조심하라고 하지만, 별로 위험해 보이지 않아서 그냥 돌아다녔다;;; 낮이 짧아서 해가 떠있는 동안에만 구경다니는 것도 무리이기는 했지만..
<원통으로 넘어오기 전 로스팅 작업이 진행되는 곳, 시간이 되면 대량의 원두가 쏟아져나오고 원두를 볶기 시작한다>
<스타벅스 옆으로 난 골목길과 그 위를 비추는 오렌지빛 나트륨등>
<스타벅스를 나와 걸어내려가는 길~>
길을 따라 좀 내려가다가 워싱턴 컨벤션 센터를 가로지르니, 몇 블록 건넌 거리에 공공도서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갖고 있던 국내 여행책자에서는 이곳을 낮에 한 번 밤에 한 번 올 것을 추천했는데, 건축물 자체만으로도 감상할 가치가 있다고 했다. 왜 그런고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렘 쿨하스가 주관하는 OMA가 설계한 건물이다. 아쉽게도 낮에는 들를 기회는 없었지만, 밤에 와서 구경한 것만으로 충분히 멋진 건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시애틀에는 멋진 건축물이 참 많았다. 미래도시를 연상시키는 스페이스 니들만 해도 그렇고,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EMP 뮤지엄의 파격적인 외관은 도시의 풍경을 심심하지 않게 만들어주었다. 여기에 따로 사진을 싣지는 않았지만, 공공도서관에 오는 동안 Rainier Tower라는 빌딩을 지나쳤는데, 이 건물의 경우 건물의 밑동이 각추형으로 점점 좁아져서, 내진 설계는 제대로 된 건지 보는 사람이 아찔할 정도였다.
시애틀에서 돌아온 이후, '시애틀'이 타이틀에 포함된 기사가 눈에 띄어 들어가보니, 아마존에서 시애틀에 유리돔 형태의 본사 건물을 짓는다고 하는데, 심지어 내부에 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만든다고 한다. 몇 년 후면 아마 스페이스 니들과 EMP 뮤지엄에 비견될 만한 시애틀의 또 다른 명물이 탄생할 것 같다.
<시애틀 공립도서관 도착!!>
<시애틀 공립도서관에서>
다양한 건축물이 서로 다른 색깔을 과시하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는 것, 그러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로서는 행운일 것이다. 물론 그들이 가꾸어온 행운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건축'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었지만, 아직까지는 전반적으로 건물을 짓는 문제에서 '건설'이라는 측면이 더 부각되는 것 같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일컬어지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에 중국인과 일본인도 나왔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 건축가는 없는 것을 보면 항상 아쉬운 생각이 든다. 그마저 서울에서 이루어지는 상징적인 건축 프로젝트도 매번 논란을 빚으면서도 외국 건축가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어떤 상을 타고 프로젝트의 규모가 얼마나 큰가의 문제를 떠나,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질적인 측면에서 균형추가 잘 잡혀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시애틀 공립도서관 내부>
공공도서관에 도착한 시간은 꽤 늦은 저녁이라 당연히 닫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문이 열려 있었고 시민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었다. 보통 서가는 일찍 문을 닫을 거라 예상했는데, 서가도 전부 개방돼 있어서 늦은 시각에도 사람들이 곳곳에 자리잡고서 책들을 읽고 있었다. 뭐..우리 같은 여행객이야 책을 읽으려고 온 건 아니니, 건물 내부를 쭈욱 구경하는 것으로 밤산책을 마무리했고, 이렇게 아쉽지만 시애틀에서의 마지막 밤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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