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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9/ 다시 미국으로!(Heading to Seattle)여행/2015 미국 북서부 2016. 7. 25. 00:03
<역(Pacific Station)으로 향하는 길에, 아주 멀리 석양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05:35 PM
똑같은 암트랙(Amtrek)이었지만 탑승절차는 시애틀에서 포틀랜드로 갈 때와는 약간 달랐다. 시애틀에서 포틀랜드로 갈 때에는 탑승 전에 자리 배정을 미리 받고 뒤이어 곧바로 짐을 실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국경을 넘는 열차다보니 우선 화물을 스캔하고 캐나다 출국심사원들의 심사를 받아야 했다. 동생과 나는 일행이었기 때문에 입국신고서를 한 장만 작성했는데,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는 심사원의 질문에 나는 ‘가족’이라고 대답하고, 동생은 ‘친구’라고 대답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지만 큰 일 없이 넘어갔다. 굳이 꼬치꼬치 캐묻지 않아준 출국심사관에게 감사...
자리 배정을 받기 전 직원에게 배정해준 좌석이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자리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는데, 열차를 타고 보니 바다가 보이는 자리의 반대 자리였다. 아무래도 West Coast Amtrek이다 보니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앉을수 있을까 싶었던 건데 아무래도 이번 여행에서 좌석 운은 없나 보다. 버스든 기차든 창가 가장자리에 앉아 바깥 풍경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시애틀에서 포틀랜드로 갈 때에도 복도석에 앉는 바람에 바깥 풍경을 볼 수 없어 아쉬웠었다. 그렇지만 어쨌든 밤이었기 때문에 딱히 바다가 보이는 자리와 그렇지 않은 자리의 의미는 없었다.
<역으로 향하는 길에, 빠르게 주위가 어둑어둑해지고 우리는 걸음을 서둘렀다>
<역으로 향하는 길에,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는 해가 마지막으로 노을을 남기는 순간>
<역으로 향하는 길에, 파밧! 하나둘 가로등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열차 안에서 밀렸던 일기를 쓰는 동안 동생은 한국에서 챙겨온 책을 읽었다. 여행 틈틈이 가계부도 쓸 생각이었지만, 결심은 시애틀에서 보낸 첫 3일까지였다. 일기를 쓰는 것만 해도 벅찼다. 탑승한지 30분 쯤 됐을까 열차의 식당칸이 곧 닫는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나와 동생은 시간상 열차 안에서 저녁을 해결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동생은 방송을 듣고 곧장 식당칸으로 가서 핫도그 두 개와 마실 것을 사왔다.
밴쿠버든 시애틀이든 접경지역에 가까이 위치해 있지만, 밴쿠버는 그야말로 거의 접경에 붙어 있는 도시이다. 4시간으로 예정된 총 여정에서 1시간 쯤 지났을까, 이번에는 미국측 입국심사관들이 열차에 올라타더니 한 칸 한 칸 탑승객들을 입국심사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입국을 할 때도 심사를 받는 게 당연한데, 캐나다를 출국하면서 심사를 받을 때 모든 심사절차는 다 끝났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아예 마음을 놓고 있었다. 생각보다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입국 심사가 진행됐다. 아무래도 밀폐된 공간에서 두 명의 심사관이 한사람씩 체크를 하는 모습이 뭔가 열차 안에 숨어든 불심자를 수색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해서 더 삼엄하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정말 간단한 몇 가지 확인을 마친 후 입국 심사는 끝났다. 열차가 다시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으로 향하는 길에, 아무도 없는 농구장의 살풍경>
<역으로 향하는 길에,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며 한 장 찰칵!!>
<역으로 향하는 길에, 색이 들어오기 시작한 Wateredge Casino>
시애틀에 도착했을 때는 꼬박 10시가 다 되어서였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수화물을 챙긴 뒤 택시를 탔다. 숙소는 시애틀에서 맨 처음 묵었던 숙소였다. 택시기사가 숙소를 헷갈려서 근처의 다른 숙소 앞에 내려준 것을 제외하고는 별 탈 없이 숙소에 도착했다. 로비는 캐피톨 힐을 추천해준 친절한 청년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반가웠다. 짧은 여정인데도 어쩐지 시애틀에 다시 돌아오니 마음이 편해졌다.
시애틀에서 묵었던 첫 사흘도 그렇고 이번에도 체크인을 무척 친절하게 도와줬다. 방도 처음에 사용했던 방을 그대로 쓸 수 있었다. 짐을 모두 풀어놓고 나서 청년에게 인사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고 보면 시애틀 사람들은 열에 아홉은 과분하다 싶을 정도로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그렇지만 로비에 내려갔을 때에는 이미 다음 시간대의 직원에게 바통터치가 된 상황. 청년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보고 감사하다는 짧은 인사라도 하고 싶었지만, 출국일까지 청년이 일하는 저녁 시간대에 호텔에 있을 일은 없었고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우리는 서둘러 씻고 잠을 청했다. 일요일이라 청소부 아주머니 없었던 건지 숙소의 전반적인 청결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이미 한 번 머물렀던 장소라고 마음이 느긋해졌다. 이제 여행의 마지막 하루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만으로 3일에 불과했던 밴쿠버에서의 여정..우리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시애틀행 기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둘렀다, 아듀~밴쿠버! 이제 다시 시애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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