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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8/ 서스펜션 브릿지(Suspension Bridge, Vancouver)여행/2015 미국 북서부 2016. 7. 20. 00:01
<다운타운, 49번 버스를 기다리며>
4:00 PM
그랜빌 아일랜드에서 캐필라노 공원(Capilano Park)까지 직행으로 가는 대중교통은 없었기 때문에 다운타운에서 한 번 갈아타야 했다. 여전히 동전이 없는 상태라 시내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지폐를 동전으로 바꾸는 것도 일이었는데, 다행히 버스정류장 맞은 편에 위치한 스타벅스에서 지폐를 동전으로 바꿀 수 있었다. 외국인들도 많이 방문하는 관광지다보니 동전을 거스르러 오는 관광객들도 한둘이 아닌 듯 했다. 동생이 지폐를 거슬러 줄 수 있는지 먼저 물어보기도 전에 점원이 먼저 잔돈이 필요하냐고 물어왔다.
<다운타운,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하늘색 지붕의 Hotel Vancouver>
때마침 버스가 왔기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시내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환승버스인 캐필라노 공원행 49번 버스는 기다린지 30분은 되어서야 나타났다. 날씨가 추웠기 때문에 밖에서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체력이 소모됐다. 애당초 택시를 탈 걸 하고 후회했다ㅠ 버스가 곧 나타날 거라고 생각하다가 30분이 그냥 지나가버렸다. 아침에 짙게 내려앉았던 안개는 이제 걷혔지만, 해가 중천을 넘어가서 공원에 도착한 뒤 낮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1월 2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지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매표소에 도착하고 보니 사람들이 많아서 혼잡했다. 한국인들도 많이 보였다. 줄에서 대기하는 동안 우리 뒤에는 노모를 모시고 온 아저씨가 있었다. 원래 사는 곳은 뉴욕인데 아들이 사는 시애틀에 놀러 왔다가 밴쿠버까지 왔단다. 아들은 공원만 추천해준 뒤 다른 곳으로 이동한 모양이었다. 나중에 입장한 뒤 처음 한 동안 같이 공원을 구경했다.
<서스펜션 브릿지, 주위도 어두워지고 안개가 껴서 사진찍기가 힘들었다>
<캐필라노 공원 안에서, 연못과 그 위에 설치해 놓은 크고 작은 조명들>
다행히 줄은 금방 줄었다. 네 군데를 둘러볼 수 있었던 Seattle City Tour Pass가 약 70달러였던 것에 비해, 캐필라노 공원은 한 군데를 둘러보는 데만 40달러 정도가 들어서 과연 얼마나 볼거리가 다양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초입에는 다양한 모양의 토템폴들이 세워져 있었다. 사진으로 봐오던 서스펜션 브릿지(Suspension Bridge)는 생각보다 초반부에 금방 나왔다. 입구로부터 5분 남짓한 거리에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해가 지평선에 걸려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면서 야간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할 즈음이였다. 강력히 이곳에 오기를 주장했던 동생은 막상 다리 앞에 서니 무서운 모양이었다. 실제로 깎아 내릴 듯한 낭떠러지를 끼고 현수교가 아슬아슬하게 설치돼 있었다. 물론 튼튼하게 만들었겠지만 어린 아이들은 신나서 쿵쿵 뛰어대고 안전요원도 없어서 나나 동생이나 건너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더군다나 주변이 어두워져서 시야도 잘 확보되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관람객들에게 주의를 요하는 안내방송만 흘려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가까스로(?) 다리를 건너갔다.
<공원 산책로, 어딜 가든 밝게 조명이 설치돼 있다>
<나무 산책로, 뭔가 산에 사는 종족(?)이 다닐 것 같은 산책길..>
다리를 건너가니 또 다른 테마로 조경된 공원이 나왔다. 나뭇가지마다 매달린 새하얀 조명이 연못 위를 드리우고 있었다. 마침 해가 아주 저물어 버려서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나무기둥과 나무기둥을 이어 만든 산책로가 있었다. 나무의 허리춤마다 길을 이어 산책로를 내 놓은 것이었다. 시작점은 그리 높지 않았던 것 같은데, 산의 경사 때문에 걸어가면 걸어갈수록 다리의 상대적인 높이가 높아졌다. 갑자기 높아진 다리의 높이 때문에 다시 예의 엉거주춤한 자세로...산책을 마쳤다.
공원의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아서, 현수교 건너편의 공원 구경은 금방 마쳤다. 출입구 방면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현수교를 건너야 했는데, 이제는 완전 깜깜해져서 현수교 양옆의 흰색 조명에 의지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상황. 건너올 때보다는 사람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사람은 많았고 작정한듯 방방 뛰어대는 아이들도 많아서 애먹었다.
<연못 위 조명, 조명과 물에 비친 그림자>
<공원 속 연못, 날이 추워 연못에 살얼음이 꼈다, 물 대신 얼음이 조명빛을 비추고 있다>
공원 입구 쪽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산책로가 있었다. 현수교보다 더 아찔한 산책로였는데, 호(弧) 모양의 다리를 깎아지르는 듯한 낭떠러지에 설치해놓았는데 하부를 지탱하는 기둥이 없었다;;; 대신 낭떠러지 위쪽에서 쇠줄이 뻗어나와 구심력으로 다리를 지탱하고 있었다. 이곳 역시 사람이 많았고, 입장하는 줄까지 잘못 서서 산책로를 다 걷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생각보다 짧은 공원구경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시내로 나가려는데, 들어올 때보다 입장하려는 사람이 더 늘어났다. (어차피 너무 추워서 느긋하게 걸어다니는 건 무리였다) 시내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줄 역시 엄청 길었다. 안내요원이 줄을 제대로 통제하지도 않아서, 추운 날씨 속에 다들 예민해진 상태였고, 우리 앞에 있던 프랑스인 일행은 급기야 안내요원에게 분통을 터뜨렸다^^ 택시정류소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셔틀버스가 도착하자 마치 버스 대기를 하고 있던 것처럼 새치기를 하는가 하면, 사람을 찾겠다며 버스를 살피러 들어간 사람이 그대로 버스를 타고 가버리기도 했다. 좋게 말해 혼잡... 실은 난장판(!)이었다.
그날 저녁은 어제 먹지 못했던 스시를 먹으러 갔다. 같은 동양인임에도 중국인과 일본인, 그리고 한국인은 명확히 구분된다. 이민자들일텐데도 스시를 만드는 사람, 음식을 나르는 사람, 주문을 받는 사람 모두 전형적인 일본인 같았다. 우리는 스시 하나 롤 하나를 주문했다. 대부분 그렇듯 스시를 만드는 공간은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보일 수 있도록 개방돼 있었는데 주방장의 어깨 너머 벽면에 걸린 텔레비전으로는 일본에서나 통할 법한 기괴한 예능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아마도 최대한 일본 분위기를 내기 위해 방송도 일본 현지 방송을 내보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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