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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8/ 그랜빌 아일랜드(Granville Island, Vancouver)여행/2015 미국 북서부 2016. 7. 18. 00:03
<그랜빌 아일랜드의 Broom Company, 그냥 빗자룬데 괜히 탐났다>
08:00 AM
우리의 숙소는 방 왼편으로 큰 창이 있어서 다운다운이 한 눈에 내려다보였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짙은 안개가 빌딩 구석구석까지 꽉 들어차 있었다. 어제 저녁놀을 보러 갔을 때와는 날씨가 딴판이었다. 그래도 안개 정도야 햇빛이 강해지는 낮 시간이 되면 금방 가실 것 같았다. 나보다 일찍 잠을 깬 동생은 안개를 보더니 어제와 같은 경치는 보기 어렵겠다며 걱정하고 있었다. 사실 오전 일정은 날씨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오전에 가기로 한 곳은 그랜빌 아일랜드(Granville Island)였는데, 아기자기한 쇼핑 골목이어서 아마 주로 실내에서 왔다 갔다 할 터였다.
<그랜빌 아일랜드 도착!!, 이른 시각인데도 이곳에서 사람들이 꽤 많이 내렸다>
숙소를 나서고 나서야 현금을 챙겨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따로 교통카드를 구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현금이 필요했다. 그러나 지갑에 든 건 미국 달러뿐. 숙소로 다시 돌아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행인에게 길을 물어 가까운 은행에 간 뒤 현금을 인출했다.
Granville Island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시내로부터 남서쪽에 위치한 외딴 섬이다. (엄밀히 말해 육지와 연결된 섬이다.) 밴쿠버 시내는 바둑판을 45도 각도로 기울인 사선 모양으로 길이 시원하게 뻗어 있다. 오늘은 남서~북동 방면을 이어주는 Granville St.를 이용하기 위해, 다운타운에서 50번을 탔다. 현금은 준비가 됐지만, 밴쿠버 버스는 지폐는 받지 않는단다. 시애틀이나 포틀랜드에서는 5달러 지폐 한 장이면 승차권을 받을 수 있었는데, 밴쿠버는 버스에 지폐투입구 자체가 없었다. 동전이 없어 내려야 하나 하고 있었는데, 버스 기사 아저씨가 흔쾌히 그냥 타란다. 한 20분 갔을까 큰 다리 하나를 건넌 뒤 우리는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는 곳에서 따라 내렸다.
멀리 Granville Island라는 글귀의 선홍빛 네온사인이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초입에서 몇 장 사진을 찍은 뒤 입구의 Y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갤러리가 모여 있는 거리로 향했다. 1월 2일이라서 대체로 정상영업을 할 거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문을 연 가게는 채 절반도 되지 않았다. 좀 이른 시각에 도착한 탓도 있지만, 점심을 먹은 뒤 다시 갔을 때도 여전히 문을 열지 않은 가게가 많았다.
<갤러리가 몰려 있는 구역, 휑하다 했더니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퍼블릭 마켓에 몰려 있었다>
<가죽공방에서, 체격좋은 여성이 테이블 너머에서 쿵쾅쿵쾅 무두질을 하고 있었다>
<이제 퍼블릭 마켓 방면으로, 카트를 줄줄이 잇고 어디론가 자전거를 달리는 아저씨>
<아마도 시멘트 공장(??), 공장이며 레미콘 차량이며 다채롭게 색칠돼 있다, 문이 열릴 때마다 차량이 드나드는 것을 보면 지금도 운영중인 듯하다, 그러고 보니 교통표지판에 영어와 프랑스어가 함께 쓰여 있다>
처음으로 들른 가게는 일본풍의 공예품을 파는 곳이었다. 크고 작은 조약돌 위에 버섯형상을 얹은 뒤 화려하게 색을 칠한 공예품이었다. 갤러리 겸 공예품점이기 때문에 가게 한켠의 전시공간에 공예품이 보기 좋게 놓여 있었다. 예뻐서 가격을 물어봤더니, 가격 단위가 십 만원이었다. 게다가 이미 팔린 상태고, 구매자가 수령하기 전까지 전시만 해두는 중이라고 했다. 눈요기만 하고 다른 가게들을 둘러보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아기자기한 공예품이나 인테리어 소품을 구경할 수 있는 여행지는 시애틀과 포틀랜드를 이르는 동안 여러 곳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중에서 그랜빌 아일랜드가 제일 특색있고 멋있는 물건이 많았던 것 같다. 다만 그만큼 가격이 나갔기 때문에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갤러리가 모여 있는 곳을 벗어나 재래시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가는 길목에 가죽공방이 보여 잠시 들렀는데, 동생이 마음에 드는 가방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만지작거리며 계속 고민하더니 그냥 가게를 나왔다. 알록달록 색칠된 공장건물을 지나 재래시장 근처에 다다르니, 어디 숨어 있나 했던 인파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곳 역시 종이, 건축서적, 모직 등 다양한 종류의 공예품점이 있었는데, 갤러리가 밀집된 지역보다는 가격이 저렴했다. 쇼핑몰 형태로 가게가 한 건물 안에 쭉 들어서 있어서 구경을 다니기도 편했다. 여기저기 둘러보며 몇 가지 기념품을 샀다. 둘러보던 중 빗자루 가게를 발견했는데, 19세기 후반부터 가업으로 빗자루를 만들어오는 곳이었다. 빗자루는 지극히 실용적인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무척 정성들여 만들었길래 쓰지 않더라도 하나 사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 보다 보니 해리포터가 타던 파이어볼트를 연상시켰다. 실생활에 쓰는 물건을 이토록 공들여 만들고 또 이런 물건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가업이 100년 넘게 이어져 내려온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다. 레스토랑이나 숙박시설이 몇 백년 동안 대를 이어 계승돼 오는 것은 본 적이 있었지만, 다른 물건도 아닌 빗자루를 대를 이어 만들어 오다니 신기했다.
<퍼블릭 마켓 안에서, 연초부터 사람들이 다 여기에 몰렸나보다>
<잠시 옆길로 샜더니 눈 앞에 나타난 뷰, 밴쿠버 건물들은 시애틀이나 포틀랜드에 비해 유리창도 큼직하고 확실히 새 건물 느낌이 난다, 실제로 부유한 외지인들이 많이 정착해 사는 것 같기도 했다>
<같은 장소에서 바라본 풍경, 폭이 넓은 물길은 아니었는데 수상버스가 이쪽과 반대편의 승객을 실어날랐다>
11:30 AM
좀 이르지만 점심을 먹기 위해 퍼블릭 마켓 맞은편의 레스토랑에 갔다. Fish and Chips를 하는 곳이었다. 좀 일찍 점심을 먹으러 간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우리 다음 팀부터 대기를 하기 시작했다.
점심 식사를 해결한 뒤 다시 한 번 근처를 둘러봤다. 깜박하고 팁을 안 줬는데 동생은 계속 신경 써준 점원에게 팁을 안 준 것에 대해 뭐라뭐라 했다. 어찌 됐든 재래시장까지 둘러본 뒤, 다시 한 번 오전에 들른 가죽공방을 찾았다. 동생이 갈등되는 모양이었다. 본인 때문에 예정에 없던 지출이 생기는 것도 원치 않는 듯 했다. 아까 봐둔 가방을 다시 한 번 메고 마냥 이리저리 재 보길래, 안 되겠다 싶어 내가 먼저 하나 사자고 했다.
그랜빌 아일랜드에서의 구경을 마치고 다음 일정을 향해 이동했다. 시간은 벌써 오후 3시를 가리켰고, 해도 뉘엿뉘엿 저물기 직전에 놓여 있었다.
<퍼블릭 마켓을 나오며, 시애틀의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과 비교하자면 약간 파는 물건이 다른 것 같다, 퍼블릭 마켓이 좀 더 식료품 위주인데 아마 주변에 갤러리나 수공예품이 즐비해서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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