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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버리기(棄棄)주제 없는 글/Miscellaneous 2020. 11. 24. 01:22
요즘은 딱히 기록으로 남길 만한 일상이랄 게 없다. 몇 달 전 본가의 내 방을 대대적으로 청소할 일이 있었다. 집이 오래되다보니 난방시설을 수리하기 위해 몇 가지 가구도 들어내야 했다. 방을 정리할 때 늘 골칫거리는 방에 진열된 많은 책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크고 작게 수시로 정리를 하는데도 정리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래되고 부피만 차지하는 가구들도 과감히 버리면서 책들도 본격적으로 솎아냈다. 별의 별 책들이 있다. 취업 대비로 사두었던 각종 수험서, 어학 수험서, 전집, 초등학교 교과서, 대학교에서 쓰던 두꺼운 사회과학 서적들. 나중에는 솎는 작업도 귀찮아서 제목만 대충 훑어보고 버릴 것을 분류했다. 좀 더 착실하게 마음을 먹었다면 알라딘에 중고품으로라도 내놓았겠지만, 여기에 들일 수고를 생각하니 골치가 아파서 폐지로 처리하고 약간의 돈을 받았다.
정리를 하면서 드는 생각은 이렇게나 버릴 것이 많았구나 하는 점이다. 앞으로는 버릴 것은 버리면서 살아야겠다, 더 욱여넣을 곳도 없겠다 싶은 생각. 무슨 욕심으로 이 많은 탑들을 쌓아올렸는지, 그게 아니라면 무슨 미련으로 이제껏 정리도 못하고 이 덧없는 탑들을 방치해왔는지 모르겠다. 막상 책장을 들여다보면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은 거의 없는데, 내 머릿속에는 이 부피에 비례하는 지식이 쌓였는지 잘 모르겠다. 버릴 것들과 버려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앞으로는 미련 없이 버리고 줄이고 가벼운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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