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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La Dolce Vita)일상/music 2021. 1. 25. 22:20
La Dolce Vita(Sebastien Tellier)
Tous les soirs sans fin
Je traînais sur ma vespa
Dans mon gilet de satin
C'était "la dolce vita"
Je cherchais l'aventure
Jusqu'au petit matin, nin nin nin
Je me prenais pour Ben-hur
En conduisant d'une main
Le piège était facile
Tu es tombée dans mes bras
On se promenait en ville
C'était "la dolce vita"
Et cette façon que tu avais de te serrer
Contre le revers de mon smocking blanc cassé
Je l'ai jamais retrouvé
Dans l'obscurité
Je le revois encore
Elsa, Elsa
Je ne t'oublies pas
Elsa, Elsa
J'ai oublié ton sourire
Dans mes rêves glacés
Je le revois encore
J'ai longtemps cherché
La nuit à te remplacer
Et pour quelques heures parfois…
# 그날은 눈이 참 많이 왔어. 아침부터 무슨 일 때문에 하늘이 심술난 걸까 약간 조마조마했는데, 무거운 눈을 낑낑 안고 있느라 그랬던 거였어. 늦은 오후가 되니 두꺼운 함박눈이 쏟아졌거든. 겨울의 황량한 거리가 설국으로 바뀌니까 길에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진을 남겼어. 사진을 찍을 구도도 아닌 곳들에서 나도 사진을 찍었지. 눈은 비와는 다른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 솨— 비가 내리는 것처럼 눈 내리는 소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눈을 밟을 때마다 발바닥에서부터 조용히 올라오는 소리는 근사한 면이 있어. 자국이 없던 곳에 자국을 남긴다는 약간의 미안함과, 그 자국을 남기게 되었다는 설렘이 섞여 보득이는 소리, 허공을 안팎으로 신중하게 가르는 소리. 또 눈송이는 수직낙하하는 빗줄기와 달라. 무차별적인 중력을 달래듯 나비처럼 공기를 어루만지며 나풀나풀 저마다의 궤적으로 내려앉지. 게다가 속이 투명한 빗방울과 다르게, 눈은 꿰뚫어볼 수 없는 하양이기도 하고. 그래서 비오는 풍경은 오히려 맑게 느껴지는 반면에, 설경에는 큰 공백이 하나 뚫린 느낌이 들어. 그 공백은 하나의 단일한 무(無)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물을 본따 만든 다채로운 점선면이 되지.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똑같은 모양의 흰 선 하나, 콘크리트 지붕 위에 똑같은 모양의 흰 면 하나. 그리고 새까만 눈동자 앞을 횡단하는 새하얀 점 하나까지 말이야.# 전시장을 나섰을 때는 이미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한참 뒤인 듯했다. 아침부터, 정확히는 전날부터 내리 흐린 날이었다. 일기예보를 확인하지 않은 게 나뿐인지, 바깥에는 각양각색의 우산을 쓴 사람들이 길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이제 막 여기저기서 제설작업이 시작되었다. 전시를 둘러보면서 무의식중에 노동한 두 다리를 풀기 위해 카페 라떼 한 잔을 사들고, 카페 밖 실내 라운지의 스툴에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본다. '숭고함.' 누군가 이를 숭고함이라고 말했다. 안락한 장소에서 관조하는 자연의 매몰차고 광포한 풍경, 그 그림, 숭고의 미학(美學). 사실 바깥에 나설 엄두도 나지 않아서 카페 라떼 한 잔에 가는 걸음을 한 박자 늦췄던 것일 뿐, 도시 한복판에서 숭고함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뜻밖의 눈보라가 도시의 윤곽을 흐려놓지만, 콘크리트의 둔중한 선이 좀 더 두드러진다. 정육각형의 건물, 검정 시계탑, 버스가 그리는 잿빛의 타원형 궤적이 조금씩 눈의 무게를 능가해 간다. 커피의 마지막 거품이 메말라갈 즈음, 외투의 모자를 뒤집어쓰고 내키지 않는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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