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21 한여름 세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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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여행/2021 한여름 세 도시 2021. 7. 24. 12:36
작년 안동과 영주를 여행하며 봉정사와 부석사를 다녀온 적이 있다. 산속의 사찰들을 다니며 우리나라에 알려지지 않은 사찰들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실 많이 알려진 사찰 가운데에서도 가보지 않은 곳들이 많다. 보은의 법주사가 그렇다. 법주사는 전형적으로 한국사 책으로만 접했던 곳이었다. 법주사의 팔상전과 쌍사자 석등은 지면으로 접한 게 너무 익숙한 나머지 머릿속에 2차원 이미지로 고정돼 있다. 법주사는 속리산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다. 속리산 또한 처음 와본다. 속리산(俗離山). 속세와 동떨어진 곳이란 뜻일까? 인간의 삶으로부터 거리를 둔 이곳에 법주사가 자리하고 있다. 법주사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여름철 수풀이 우거진 탐방로를 20분여 가량 걸어들어 가야 한다. 아주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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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II여행/2021 한여름 세 도시 2021. 7. 21. 11:45
이튿날 아침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대전 구도심의 성심당이다. 더 이상의 부연이 필요없는 빵집이다. 유명세를 탄 각지의 빵집이 서울에 지점을 낸 것과 달리 성심당은 대전에 가야만 맛볼 수 있다. 예전부터 다른 지역으로 가게를 확장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지점이 늘 수록 품질에 대한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원래 사업하던 곳에 집중을 하는 게 아닐까 추측해 본 적이 있다. 사실 성심당은 대전 안에서도 으능정이 거리 일대를 중심으로 하는 구도심을 제외하면 거의 지점을 찾아볼 수 없다. 내가 대전에서 지내던 당시에는 탄방동에 작은 지점이 있었고, 오히려 유동인구가 많은 둔산이나 충남대 앞 쪽에는 가게를 두지 않아서 의아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어쨌든 성심당 안으로 들어가니 빵이 한 가득 진열대 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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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I여행/2021 한여름 세 도시 2021. 7. 18. 11:29
몇 년만에 다시 찾는 대전인지 모른다. 3년간 시간을 보냈던 대전은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기억이 있으면서도 마음 한 구석으로 다시 한 번 찾고 싶은 곳이었다. 대전에서 내가 하루 머물렀던 곳은 도마동의 저렴한 숙소였다. 대전에 있을 당시 유성구에 있었고 서구로 나오더라도 둔산까지만 나왔었기 때문에 도마동은 처음 가보았다. 딱히 잠잘 곳이 근사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에 둔산이나 대전역 근처의 비싼 숙소를 대신해 도마동에 머무르기로 했다. 하지만 대전에 와서 둘러보려고 했던 곳들은 예전에 시간을 오래 보냈던 유성구 일대였으므로, 간단히 짐 정리를 하고 도마동을 빠져나와 유성구로 향했다. 301번 버스를 타고 은하수 네거리와 둔산, 정부청사, 만년동을 지나 연구단지 네거리에 도착했다. 연구단지 네거리는 좋아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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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III여행/2021 한여름 세 도시 2021. 7. 16. 15:35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라고 한다면 낙화암이 바라다보이는 백마강변이 아닐까 싶다. 규암마을을 빠져나와 내가 향한 곳은 낙화암 바로 맞은편에 있는 나루터였다. 지도만 봐서는 차를 세울 수 있을 만한 곳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원하는 위치로 이동했다. 다행히 지도에서 확인해 두었던 나루터 옆 길목은 한적한 공간이 많았고, 잡초가 우거진 공터에 차를 세우고 길로 나섰다. 길가를 따라서 드문드문 캠핑장비를 갖춘 새하얀 차량들이 보인다. 지난 여행에서는 부소산성을 거쳐 낙화암에 올랐다. 부소산성의 가장 높은 지점에 이르면 길은 다시 낙화암의 가파른 절벽을 따라 전망대까지 아래로 이어진다. 그때도 지금만큼이나 무더운 날씨였던 것 같다. 하지만 기억은 상황과 흐름에 따라 모양을 바꿔가니 확실하다고 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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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II여행/2021 한여름 세 도시 2021. 7. 14. 00:04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 뒤 향한 곳은 정림사지다. 처음 여행을 왔을 때 들렀던 곳이지만 벌써 기억에서 가물가물하다. 이전에 들러본 적이 없는 곳을 둘러볼 계획이라곤 해도 부여에 왔는데 아무리 그래도 정림사지는 보고 가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에 도착한 정림사지에는 인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는데, 지난번 부여를 여행 왔을 때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덕분에 한적하게 정림사지의 오층석탑과 석불좌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저번 여행과 달라진 점이라면 정림사지 내부의 박물관이 리노베이션했다는 점이다. 큰 기대 없기 박물관으로 들어갔는데, 디지털 방식으로 정림사지의 이모저모를 소개하고 있어서 세부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석탑과 와당(瓦當)에 대한 설명 부분을 재미있게 보았다. 정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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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I여행/2021 한여름 세 도시 2021. 7. 13. 09:35
부여로 가는 데는 꼬박 4시간이 걸렸다. 집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정돈하고 3시경에 출발했으니까 7시가 되어 부여에 떨어진 셈이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에는 소요시간이 2시간 정도로 예상이 되었지만, 판교를 빠져나오는 길과 세종시 근방에서 정체가 있었다. 아마 금요일 오후라 나들이 나온 차량이 꽤 있었던 것 같다. 부여에 오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처음 부여에 왔을 때는 대전에서 출발했었기 때문에 오는 길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그게 벌써 7~8년 전의 일이 아닌가 싶다. 부여는 기억 속에 좋은 인상으로 남아 있는 곳인데, 그동안 잊고 지내다가 근래에 몇 차례 이 지역이 방송에 소개되는 것을 보았다. 처음 여행을 했을 때는 백제 유적이 많이 남아 있는 백마강 동쪽 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