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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II여행/2021 한여름 세 도시 2021. 7. 21. 11:45
이튿날 아침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대전 구도심의 성심당이다. 더 이상의 부연이 필요없는 빵집이다. 유명세를 탄 각지의 빵집이 서울에 지점을 낸 것과 달리 성심당은 대전에 가야만 맛볼 수 있다. 예전부터 다른 지역으로 가게를 확장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지점이 늘 수록 품질에 대한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원래 사업하던 곳에 집중을 하는 게 아닐까 추측해 본 적이 있다. 사실 성심당은 대전 안에서도 으능정이 거리 일대를 중심으로 하는 구도심을 제외하면 거의 지점을 찾아볼 수 없다. 내가 대전에서 지내던 당시에는 탄방동에 작은 지점이 있었고, 오히려 유동인구가 많은 둔산이나 충남대 앞 쪽에는 가게를 두지 않아서 의아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어쨌든 성심당 안으로 들어가니 빵이 한 가득 진열대 위에서 기다리고 있다. 느낌 탓인지 모르겠지만 직원도 많이 늘고 못 보던 빵 종류도 엄청 많이 는 것 같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먹음직해 보인다 싶으면 집게로 이것저것 담기 시작했다. 아침으로 먹을 파리지앵 샌드위치도 하나 골랐다. (순전히 '파리지앵'이라는 단어에 꽂혀 골랐다~_~) 가게를 나설 즈음에는 주말 아침인데도 벌써 입장대기 하는 줄이 길어지고 있었다. 성심당을 나선 뒤에는 도마동 숙소를 체크아웃하면서 두고 온 물건이 있어 은행동에서 다시 도마동으로 건너가야 했다.
도마동으로 다시 돌아온 김에 유성구 일대를 드라이브해보기로 한다. 대전에 있을 때 많이 들렀던 곳들을 중심으로 대충 좌표를 찍었다. 도마동에서 북쪽으로 올라가 갈마동과 월평동을 거쳐 충남대 앞으로 향한다. 유성온천역에서 충남대 정문까지 곧장 올라간 다음 카이스트 방면으로 방향을 튼다. 궁동과 어은동 일대에서는 저녁이 되면 W, K와 종종 시간을 맞춰 밥을 먹곤 했다. 충남대와 카이스트 사이에 낀 작은 동네들이어서 학생들을 위한 음식점이 많고, 생각날 때마다 찾던 또 다른 빵집 콜마르 브레드가 있다. 그길로 유성구청으로 빠진다는 게 갑천대교로 잘못 들어서면서 대형 마트가 나타났다. 다시 방향을 돌려 카이스트 방면으로 향하고 구성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들어섰다.
출퇴근 시간이 되면 오도가도 못할 만큼 정체가 심각하던 이 길을 아무 막힘없이 가로지른다. 대전시민천문대가 왼쪽에 살짝 모습을 드러내는 이 길은 여름철이면 싱그러운 가로수가 마음이 편안해지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대덕연구단지 일대의 분위기가 대체로 그렇다. 신성동을 잠시 휘이 돈 뒤 다시 대덕연구단지 쪽으로 돌아왔다. KT&G 연구소, ETRI를 차례로 지나 전날 들렀던 예의 연구단지 사거리에서 다시 북쪽으로 돌라가 대덕터널을 지나 문지동으로 접어든다. 건물이나 풍경은 분명 예전 그대로인데 무언가 왜소해진 느낌이 든다. 조금 비현실적인 느낌도 든다. 도심 한가운데로 오래된 거대한 플라타너스가 한들한들 그늘을 드리우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원촌교를 건너 신탄진 방면으로 올라간다. 잠시 대청호에서 머무르기로 한다.
대청호에 이르러 한 카페에 들어갔다. 호수변에 자리한 카페답게 가게이름에 'Lac'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 곳이었다. 대청호의 가장자리이기는 하지만 짙푸른 호수가 바라다보이는 곳이다. 드나드는 사람이 거의 없고 조용해서 여행중에 읽으려고 가져온 책을 잠시 동안 읽을 수 있겠다 싶었다. 바깥 풍경을 넋놓고 응시하다가 책의 활자로 시선을 떨구었다가를 몇 번씩 반복했다. 카페에서 두 시간 정도 머물렀을까 한낮의 더위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무렵 다시 카페를 나섰다. 간이정차를 했던 대청호 풍경을 뒤로 하고 다음 행선지로 향할 차례다. 꼭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