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있는 글/Théâ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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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호실(Ward No.6)주제 있는 글/Théâtre。 2018. 11. 20. 01:26
희곡으로 상연되는 작품 중에 러시아 원작이 심심찮게 보이곤 하는데, 내로라 하는 러시아 작가의 작품들을 몇 권―대체로 장편소설―을 찾아읽기는 했었어도 이 이라는 작품이 안톤 체호프의 단편이라는 사실은 연극이 끝난 뒤 배우들과의 대담이 시작되고서야 알았다. 개인적으로는 연극 자체보다도 극단이 루마니아에서 왔다는 사실에 관심을 두고 연극을 고른 상태였다. 얼마전 읽은 로버트 카플란의 에 그려진 낯선 나라 루마니아는 서방국가도 아니고 동구권국가도 아닌 어정쩡한 지정학적 위치에 놓인 나라였기 때문에 어쩐지 우리와 공통분모를 공유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어와 어감이 닮았던 루마니아어 발음에 관한 이야기는 차치하고 연극에 관하여 말하자면, 이 연극은 정신병동 6호실에 수감된 환자와 이들을 감호하는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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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도우 메도우 메도우(Meadow, Meadow, Meadow)주제 있는 글/Théâtre。 2018. 11. 1. 19:57
이렇게 되고 보니 연극이라는 것에 대해 아무런 인상도 남지 않는다. 때로는 적나라하거나 무의미하고, 때로는 공격적이거나 익살스럽고, 동작은 연속되어 있으나 의미는 분절되어 있는 연극. 내가 유일하게 배우들의 표정을 읽을 여유를 가진 건 커튼콜 타임이 다 되어서였던 것 같다. 기획자로 보이는 사람―왜냐하면 무대에 한 번도 올라오지 않았으니까―은 독일인처럼 키가 크고 짧은 금발을 하고 있었는데, 배우들과 일렬 횡대로 서서 인사를 할 때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수행해야 했던 것을 완벽히 소화해냈다는 듯이. 도대체 왜? 왜냐하면 나는 연극을 보며 일종의 민망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단지 배우들이 반라―가끔은 전라―로 유인원 같은 연극을 펼쳤기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그런 생각이 아주 없지는 않았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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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저편(La face cachée de la lune)주제 있는 글/Théâtre。 2018. 5. 25. 20:20
달의 저편(Far side of the Moon), 로베르 르빠주(Robert Lepage) 1. 달의 이면(裏面), 인간의 내면(內面) "지구는 인간의 요람이다. 하지만 인간은 요람에서 평생을 보내서는 안 된다" 스푸트니크의 발사 이후 인류는 지구라는 준거점을 벗어나 지구 밖에서 자신의 자아(自我)를 찾기 위해 훨씬 고독한 여정을 시작했다고 말하는 한나 아렌트의 목소리가 생생히 들리는 듯하다. 인간에게 달은 신묘한 존재다. 보름달이 뜨는 날 사람이 늑대로 변신한다는 서양의 설화나 구미호가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우리의 설화나 달에 관한 인식에는 일관된 면이 있다. 미지(未知)의 것, 그렇기 때문에 위험한 것, 때로는 불길함까지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20세기 초 소련이 우주에 쏘아 올린 탐사선이 달 반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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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조련사(The Great Tamer)주제 있는 글/Théâtre。 2017. 10. 3. 01:17
아주 오랜만에 연극을 봤다. 매년 가을에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종종 가곤 하는데, 작년에는 가지 못하고 올해 공연 소식을 듣고 대학로로 발걸음을 했다. 할인이 적용되는 사전 예매가 공연 개최 2개월쯤 전부터 시작되지만, 항상 정보를 놓치고 9월 즈음이 되어서야 연극 정보를 찾아보게 된다. 그러면 당연하게도 남는 자리가 몇 없는데, 아니나 다를까 남아 있는 좌석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 공연제는 해마다 성황인데, 그만큼 재미있고 신선한 연극이 많이 진행된다. (참고로 이 글은 내 느낌을 중심으로 서술하되, 일부 「Play to See」라는 매체에서 마리아나 파파키(Mariana Papaki)의 리뷰를 참조했음을 밝혀둔다) 스탠리 큐브릭 作 의 한 장면 Motive#1. Stanley Kubrick이 연극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