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망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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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게르망트쪽 II일상/book 2018. 9. 22. 21:16
병과 죽음의 심연이 우리 몸속에 열릴 때면, 또 세상과 우리 자신의 육체가 우리에게 덮치는 혼란스러운 동요에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을 때면, 그때 근육의 무게를 유지하고 골수까지 파고드는 전율을 견디면서 평소에는 그저 사물의 소극적인 자세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던 그런 부동 자세를 취하는 일이나, 머리를 똑바로 세우고 안정된 눈길을 유지하는 일조차도 모두 생명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극심한 투쟁이 된다. p.13 깨어남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가장 큰 변화는 우리를 명료한 의식의 삶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지성이 쉬던 곳, 마치 유백색 바다 밑과도 같은 곳에 새어든 빛에 대한 온갖 기억을 잊게 하는 것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표류하던 곳에서 반쯤 가려진 상념은 깨어 있음이라는 이름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