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눈부신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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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공간 두 개의 시간일상/film 2020. 7. 13. 23:24
차라리 떠나라고 말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서 멀리, 영원히 도망가라고. 모든 것을 이룰 수 있고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 그런 곳에 자리를 잡으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는 실제로 그렇게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나는 그때 내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실은 길이가 길어질수록 고리가 커지는 사슬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향 동네는 나폴리와, 나폴리는 이탈리아와, 이탈리아는 유럽과, 유럽은 전 세계와 연결되어 있었다.―p.22,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中, 엘레나 페란테 "너 그거 알아? 너는 언제나 '사실 '진실'이라는 말을 참 자주 하지. 말할 때도 그렇고 글을 쓸 때도 그래. 아니면 '갑자기'라는 말도 참 자주해. 그런데 요즘 세상에 '진심'으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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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일상/book 2018. 6. 19. 00:05
살아온 세월이 길지 않을 때에는 혼란스러운 감정의 바탕에 있는 혼란의 실체를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해야 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할 것이다. 어른들은 어제, 그제, 길어봤자 한 주 전의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살아가며 내일을 기다린다. 그들은 그 이상의 것에는 관심이 없다. 아이들은 어제의 의미, 엊그제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내일의 의미도 알지 못한다.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현재이고 지금이다. 여기가 길이고, 우리 집 현관이고, 이 사람이 엄마이고, 아빠이고, 지금은 낮이거나 밤인 것이다.―p.29 언젠가부터 릴라는 '예전에'라는 표현에 집착했다. 학교에서든 학교 밖에서든 말이다. 난 릴라가 단순히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일어난 일들이 무엇이었는지 알아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