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문학
-
파우스트일상/book 2020. 5. 24. 15:29
늘 조각글로만 접해왔던 를 완본으로 읽었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여러모로 제약된 생활을 하고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했다. 그 동안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스치듯 봐왔던 것을 제대로 살펴보는 시간으로 삼자. 틈틈이 독서를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잘 살펴보면 처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고전(古典)이 많다. 이밖에 , , 같은 고전들도 읽어보고 싶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에 취미를 붙인 게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라, 고전으로 불리는 영화들 중 안 본 것이 많다. , , 처럼 여러 히치콕의 영화가 그러하다. 여행도 똑같다. 해외의 이곳저곳을 욕심내어 다녀보았지만, 정작 국내 여행은 그만큼 다니지 않았다. 최근에는 청송의 주왕산을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가 교통이 너무 불편해서, ..
-
특성 없는 남자 I일상/book 2019. 11. 18. 23:08
공교롭게도 같은 이름을 지닌 로베르토 볼라뇨(Roberto Bolaño)의 작품에서 발견한 이름, 로베르토 무질(Robert Musil). 언뜻 라는 책 제목만 봐서는 로맨스 소설 같기도 하다. 그래서 회사에서 마련한 어느 강좌에서 강사가 책 읽는 나를 발견하고 어떤 책인지 호기심을 보였을 때 그리 민망했었나보다. 이라는 독일어 제목으로는 꽤 철학적으로도 들리는데 말이다. 국내에서는 독일문학에 비해 (정작 독일어를 공유하는) 오스트리아 문학에 대해 매우 빈약하게 알려진 것이 사실이고—헨릭 시엔키에비츠나 밀란 쿤데라 같은 여타 동유럽 국가들의 문학과 비교해도 현저히 소개가 적다—로베르트 무질이라는 그리 낯익은 작가가 아니다. 사실 나 역시 로베르토 볼라뇨가 자신의 소설 속에서 넌지시 소개하고 넘겼던 이 작..
-
관객모독일상/book 2019. 6. 25. 00:08
회사로 가는 길은 늘 지루하고, 그래서 사람 없는 지하철 안에서 슈슈슉 읽어내려간 책. 로베르토 볼라뇨의 책에 인용된 까닭에 페터 한트케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렇게 전위적인 동시대 작가의 대표작이 연구되고 번역되어 이렇게 지하철 안에서 편안히 읽을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책은 굉장히 얇고 가볍지만, 작품이 소쉬르의 언어학에서 말하는 '빠롤(parole)'에 천착해 있고 프랑스 구조주의의 영향을 받은 만큼 내용은 상당히 난해하다. 꼭 이상의 를 읽는 듯한 느낌. 게다가 희곡의 후반부에 관객을 향해 반말투로 뇌까리는 대사를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이 작가, 참 건방지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뒤이어 드는 생각은 이렇게 저돌적인 작품에게 큰 호응을 보낸 독일 시민들의 문학적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