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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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만 단편집일상/book 2021. 8. 22. 12:03
토마스 만의 작품은 흡인력이 있다. 그래서 『마의 산』을 읽은 뒤로 그의 작품을 더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단편집을 집어들게 되었다. 단편선에는 비교적으로 그의 초기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미 단편을 쓸 당시부터 '요양'이라는 소재는 토마스 만의 흥미를 끌었던 것 같다. '요양'이라는 소재는 결국 심신이 병약한 등장인물들이 자연스레 등장하는 구실이 된다. 그리고 작가는 이들 병약한 등장인물들을 통해 미추(美醜), 선악, 생사에 관한 고뇌를 진솔하게 진술한다. 『마의 산』에서는 요양지의 무대가 스위스의 산악지대에 자리한 평화로운 마을이었다면, 이 단편선에는 본거지인 독일의 대척점으로 '남국'이 자주 등장한다. 여기서 '남국'이라는 것은 로마나 베네치아 같은 이탈리아 지역으로 흔히 표상화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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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산(Der Zauberberg)-下일상/book 2020. 12. 17. 19:32
토마스 만의 은 다른 문학작품이나 예술작품에 단골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스위스의 한 요양시설에 묵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다는 점이 어쩐지 그리 매력적으로 들리지는 않아서, 세 권의 책을 사둔지는 오래되었지만 선뜻 읽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매우 독특하고 신선한 작품이다. 이런 장편 소설을 읽는 것은 오랜만인데, 어쩐지 마르셀 프루스트의 와 로베르트 무질의 를 뒤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와 모두 완간이 되지 않아 끝까지 잃지는 못했지만..) 에는 시간에 대한 묘사가 자주 등장하는데, 동시대의 과학자였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하나의 주어진 시간은 그 시간을 점유하는 존재와 공간에 따라서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다는 토마스 만의 비유는 꼭 상대성 이론을 풀어서 설명하는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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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산(Der Zauberberg)-中일상/book 2020. 12. 12. 00:08
모순덩어리인 두 가치관의 충돌. 역사의 진보와 이성의 힘을 믿지만 바로 그 합리주의에 대한 맹신에 빠진 ‘교육자 세템브리니’. 영원하고 초자연적인 절대적 세계를 염원하지만 이러한 목표에 이르기 위해 악(惡)을 수단으로 삼는 것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는 ‘사제 나프타’. 인간의 오만과 종교의 방종. 살(肉)로 된 삶과 피(血)로 된 죽음. 전진하는 시간과 반동(反動)하는 영원. 형식과 로고스. 자유와 금욕. 낙관하는 인간과 준엄한 신의 심판. 인간의 해방을 가져온 르네상스, 욕구를 철창에 가둔 중세의 스콜라주의. 각양각색의 빛과 모두를 집어삼키는 어둠. 눈을 멀게 하는 빛과 마음의 고요를 가져오는 어둠. 주저하는 인간과 신의 은총. 죄와 처벌. 이성과 감성. 애국주의에 눈 먼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에 경도된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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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개인주의자일상/film 2020. 12. 11. 15:43
나폴리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가 자꾸 어떤 책 속 이미지를 연상시켰는데, 어떤 책인지 기억나지 않아 영화를 본 후에 찾아보니 마찬가지로 나폴리를 중심축으로 이야기를 그리는 말라파르테의 가 찾고 있던 책이었다(!!) 그렇지만 정작 영화는 영국작가 잭 런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영국소설이 원작이므로 원래의 배경인 오클랜드가 나폴리로 각색되었고—그렇지만 둘 모두 바다에 인접하다는 면에서는 공통적이다—그런 까닭에서인지 허버트 스펜서의 이나 영국 경제학자들의 시장과 자본 논리에 대한 언급도 비중 있게 등장한다. 아무튼 영화를 보며 이탈리아 소설 이 떠올랐던 것은, 주인공 마틴 에덴이 처해 있었던 빈곤하고 열악한 환경이 에 그려진 전쟁 속 참화와 닮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작소설이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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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산(Der Zauberberg)-上일상/book 2020. 12. 6. 00:01
매우 독창적인 작품이다. 독일인 특유의 분석적인 글쓰기가 느껴지면서도 분방(Decadance)한 느낌도 섞여 있다. 또 휴양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로부터는 당시 독일의 보수적이고 반동적인 분위기도 엿볼 수 있다. (소설이 쓰여진 시점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4년도다.) 이러한 독일적인 정신은 소설 속 이탈리아인 세템브리니와 대조적이다. 똑같이 민족주의의 열기가 나라를 뒤덮었지만 독일과 달리 이탈리아의 민족주의는 보다 급진적이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이 현자(賢者) 세템브리니는 르네상스의 본고장(북이탈리아의 파도바)에서 온 사람답게 인본주의적인 견해로 한스 카스토르프를 여러모로 알쏭달쏭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앞으로 소설이 어떻게 전개될지 더 지켜봐야겠다!!:P 여행을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