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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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Stanze)일상/book 2024. 7. 21. 10:51
나태한 인간의 타락은 대상은 원하면서도 그것에 이르는 길은 원하지 않는 욕망의 타락이다. 그는 욕망하면서도 욕망의 성취를 위한 길을 가로막는다.―p. 35 우울증은 사랑하는 대상의 사라짐에 대한 거부반응으로서의 철회라기보다는 차라리 가질 수 없는 대상을 마치 잃어버린 대상으로 보이게 하는 상상력에 가깝다. 리비도가 만약 실제로는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았는데 마치 무언가를 정말로 잃어버린 것처럼 행동한다면 그 이유는, 한 번도 소유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살라진다는 것이 불가능한 무언가를 마치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게 하고 또 한 번도 사실이었던 적이 없기 때문에 소유할 수도 없는 무언가를 하나의 잃어버린 물건으로 여길 수 있도록 하는 가상의 장면을 무대에 올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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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데리다의 글을 읽고일상/book 2020. 9. 5. 17:52
자크 데리다의 글을 읽고 느낀 점을 남기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길고 어려운 글이었기 때문에 한 번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차일피일 글쓰는 것을 미뤄왔다. 이전에 미셸 푸코와 들뢰즈, 과타리의 글도 일부 읽어봤지만, 프랑스 철학은 참 난해하다. 바로 그 난해하다는 매력(?) 때문에 계속 글을 찾아서 읽는데, 『그라마톨로지』는 그에 비하면 난해한 편도 아닌 것 같다. 프랑스어로 된 원본이더라도 읽기 까다로웠을 것 같은 글이다. 역자도 이전에 한 번 번역했던 것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며 정리정돈을 했다고 하는데 어마어마한 작업이었을 것 같다. 이 책에는 매우 다양한 인물과 철학이 소개된다. 소쉬르, 프로이트, 레비스트로스, 하이데거, 후설, 헤겔, 루소까지. 이밖에도 생소한 언어학자들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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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마톨로지(Grammatologie)일상/book 2020. 8. 23. 00:25
이 제목 아래 어떤 생각을 품든 간에, 언어의 문제는 결코 여러 문제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만큼 그 문제가 있는 그대로 가장 다양한 연구들과 그 의도, 방법, 이데올로기에 있어서 가장 이질적인 담론들의 세계적 지평을 침입한 적은 없었다. ‘언어’라는 낱말의 평가 절하 그 자체, 그 낱말에 부여하는 신용에서 그 어휘의 졸렬함, 헐값에 농락하려는 유혹, 유행에 수동적으로 자신을 내맡기는 것, 전위의식(conscience d’avant-garde), 즉 무지, 이 점들 모두가 그 점을 증언한다. ‘언어’라는 기호의 인플레이션은 기호 자체의 인플레이션이며 절대적 인플레이션이자 인플레이션 그 자체이기도 하다. ―p. 41 ……세심한 주의를 필요로 하는 그 역설은 다음과 같다. 자연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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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쉬르의 마지막 강의일상/book 2018. 11. 13. 23:25
이러한 차이들을 만든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장소의 차이인가?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잠시만 성찰해 보아도 이 같은 차이들이 시간을 통해서만 도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변화는 흘러간 시간을 함의한다. ···우리가 지리적 사실의 설명에 있어 분리선을 갖다 놓는 것은 언어에 대한 일종의 비유를 통해서이다. 시간이라는 요인이 두 측면에 걸쳐 있기 때문에 우리는 축약을 통해서 그것을 제거하며 우리가 사용하는 표현들을 취하게 된다. 한 가지 더 말해 둘 것은 차이들을 만드는 데 작동하는 것은 오직 시간이라는 것이다. 1) 향토 정신의 힘. 제한된 공동체에서 발달하는 습관들로서 그것들은 강력하다. 각 개인의 유년기의 습관들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서, 그 자체에 양도된 이 같은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