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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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편의 스페인 영화일상/film 2020. 1. 25. 00:58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는 몇 초 동안 화면만 봐도 알 수 있다. 육감적으로 마블링된 패턴을 배경과 함께 포문을 여는 영화는, 뒤이어 코발트 빛 풀장의 수면 아래로 멍하니 눈을 뜬 채 부유浮遊하는 한 남자의 모습으로 연결된다. 마침내 수면 위로 고개를 젖힌 남자—살바도르(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시선은, 빨래터에서 물을 긷는 아낙네—꼬마 살바도르의 어머니(페넬로페 크루스)가 등장한다—들을 그리는 장면과 엮인다.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페넬로페 크루스라니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페넬로페 크루스는 어느 순간에 나이듦이 멈춰버린 것 같다=_=) 대단히 자전적自傳的인 영화다. 그래서일까 처음에는 공감할 포인트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사실 이 이야기가 자신의 삶을 그리고 있다는 것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서 깨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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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는 비밀일상/film 2019. 5. 14. 18:03
_##] 페넬로페 크루즈와 하비에르 바르뎀의 출연만으로 무조건 봐야겠다고 생각한 영화. 스페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명랑하고 쾌활해 보이지만, 이면에는 인간의 어두운 측면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인 것 같다. 나는 ‘스페인 영화’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르가 미스터리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음울한 작품부터 시작해서, 나 에 이르기까지··· 꼭 스페인 영화가 아니더라도 스페인어권인 남미의 영화들도 대체로 어두운 톤이다. 사실 이번 영화는 감독의 개성과 철학이 면면히 녹아든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처럼 작품의 완성도를 추구하는 작품이라기보다는, 나 처럼 작심하고 만든 추리물이라 할 수 있다. 은 마치 을 연상시키는 시계탑 안에서 목가적인 분위기와 함께 스토리의 포문을 연다. 뒤이어 결혼식에서 발생한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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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님일상/film 2017. 10. 4. 00:04
카탈루냐 독립투표가 진행되고 중앙정부와 자치정부간의 충돌이 있던 날, 공교롭게도(?)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봤다. 원제는 . 처음에는 '시간을 거스른다'는 의미를 지닌 단어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사전을 찾아보니 '작은 사고(mishap; accident)'를 의미하는 단어였다. 어느 쪽으로 해석하든 상관은 없을 것 같다. 영화 자체가 '과거의 사건으로 되돌아가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비에르헤(Bierge; 피레네 산맥 인근에 자리잡은 도시로 우에스카(Huesca) 지방에 속한다)라는 소도시에서 벌어진 작은 사건이 이야기의 발단이 되는데, 에스카라이(Ezcaray)라는 소도시에서 발생하는 범죄사건을 소재로 하는 스페인 드라마 가 연상되었다. 그런가 하면 깔끔하게 정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