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아는 비밀(Todos lo saben)/드라마/아스가르 파르하디/로라(페넬로페 크루즈), 파코(하비에르 바르뎀)/132>_##]
페넬로페 크루즈와 하비에르 바르뎀의 출연만으로 무조건 봐야겠다고 생각한 영화. 스페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명랑하고 쾌활해 보이지만, 이면에는 인간의 어두운 측면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인 것 같다. 나는 ‘스페인 영화’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르가 미스터리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음울한 작품부터 시작해서, <인비저블 게스트(원제 : Contratiempo)>나 <히든 페이스(원제 : La Cara Oculta)>에 이르기까지··· 꼭 스페인 영화가 아니더라도 스페인어권인 남미의 영화들도 대체로 어두운 톤이다.
사실 이번 영화는 감독의 개성과 철학이 면면히 녹아든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처럼 작품의 완성도를 추구하는 작품이라기보다는, <인비저블 게스트>나 <히든 페이스>처럼 작심하고 만든 추리물이라 할 수 있다. <누구나 아는 비밀>은 마치 <시네마 천국>을 연상시키는 시계탑 안에서 목가적인 분위기와 함께 스토리의 포문을 연다. 뒤이어 결혼식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건. 글쎄 시종일관 긴장을 끈을 놓을 수 없게 시선은 잡아끌었지만 복선이 부족했고, 반전의 충격은 <인비저블 게스트>나 <히든 페이스>만큼은 아니었다. 두 작품의 경우 마지막 반전을 보며 헉 했었는데 말이다.
눈여겨 볼 만한 점은 영화에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면서 지역의 대지주가 몰락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국가 주도로 일거에 토지개혁이 이루어진 우리나라와 달리, 스페인의 경우 이 이행기에 토지개혁의 드라이브가 상대적으로 약했던 모양이다. 봉건적인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대가족 속 할아버지는 자신이 이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툭하면 주위에 으름장을 놓는 인물이다. 아마도 이는 프랑코 치하의 독재로 인해 오랜기간 토지개혁이 지지부진했던 스페인의 사회상이 투영된 것이 아닌가 추측해본다. 하지만 그를 제외한 모든 마을 사람들, 심지어 가족들도 그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보며, 현 세대는 이전의 사고방식에서 탈피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여하튼 이러한 극의 분위기 안에서 못생긴 전단지처럼 등장인물들 개개인의 개인적 감정이 얼기설기 뒤섞인다. 페넬루페 크루스와 하비에르 바르뎀의 연기는 물론 모두 좋았지만(이 둘은 정말 매력적인 배우들이다*-*), 스토리가 아쉬웠던 영화. 일가(一家)의 예상치 못한 비밀이 밝혀진다는 점에서는 얼마전에 관람한 <해피엔드>와 비슷한 전개였지만, 어쩐지 장르와 스토리가 엇박자가 난 느낌이다. 좀 더 흥미진진한 스페인 영화는 아무래도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일상 > film' 카테고리의 다른 글
L'amour, la peur, superficiel (0) 2019.07.09 이유 있는 영화 두 편 (0) 2019.06.21 멋지고 한심한 사람들의 해피엔드 (0) 2019.05.03 이 못난 쏨뱅이일지라도 (0) 2019.04.30 나의 고통과 우리의 고통 (0) 2019.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