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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our, la peur, superficiel일상/film 2019. 7. 9. 23:03
이자벨 위페르의 영화는 고민하지 않고 보는 법!!이라고 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 포스팅의 제목에 단 것처럼 인간이 느끼는 공포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 깊이가 얄팍한(superficiel) 영화다. 아마도 이자벨 위페르는 광기어린 집착을 연기하면서 자신의 전성기를 활짝 열어준 <피아니스트>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이자벨 위페르가 출연한 작품 가운데에는 같은 주제를 다루는 <피아니스트>보다도 어쩐지 <다가오는 것들>이 떠올랐는데 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뇌리에 깊이 각인된 그녀의 아우라보다 한참 나이가 들어버린 그녀를 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기 때문인 것인지, 어쩐지 근래에 보아온 그녀의 작품 중 그녀가 가장 그녀다운 연기를 보여주었던 <다가오는 것들>이 떠올랐던 것 같다.
클로이 모레츠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무대 배경 자체까지도 미국인 줄은 몰랐다. 어쩐지 미국, 그 안에서도 뉴욕이라는 무대는 이 영화에서 말하고 싶었던 공포와 집착에 대해서 말하기에는 조금 화려한 감이 있었던 것 같다. 공포에 대한 미국적인 해석 관점에서는 <겟아웃> 같은 작품이 그나마 참신하다고 생각한다. <마담 싸이코>라는 불필요하도록 자극적인 번안까지도(원제는 그냥 주인공의 이름을 딴 <그레타>다) 영 아쉽기만 했던, 심지어 결말까지도 예상했던 틀 안에서 끝나버려서 허무하기까지 했던(!!) 영화였다.
아마도 영화를 꽤 많이 보는 편이라 하겠지만, 최근 미뤄왔던 영화를 직접 영화관에서 관람한다는 게 죄다 프랑스 영화다. 보고 싶은 영화는 고민 없는 보는 편이고, 게다가 프랑스 영화를 좋아하는데도 이 영화는 정말 시간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건지 저울질을 했다;; 전반적으로 보면 고민했던 것처럼 차라리 보지 말 걸 싶은 생각이 들어서 더욱 아쉬웠던 영화.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소개된 영화라고 하는데, 아무리 치정극이라지만, 그리고 영어로 번안된 제목이 <트리트 미 라이크 파이어>라지만 <마담 싸이코>만큼이나 영화의 분위기나 맥락과 하등 상관없는 제목으로 번안이 되어서 안타까울 뿐. 그럼에도 왓챠에 이 영화에 4점을 매긴 것은(그러고 보니 <마담 싸이코>도 4점을 매겼는데 왓챠에서는 내가 후한 점수를 주는 관람객이라고..;;+_+) 오로지 내 귓전에 강렬하게 내리꽂힌 대사 한 마디 때문이다.
문제는 이 대사를 꼭 찾고 싶어서 (아이튠즈에서 자막 달린 영화를 영화관 티켓보다 비싼 값에 구매해야 하나 잠시 고민까지 했다) 구글링을 했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을 만큼 상영관에서 조용히 자취를 감춘 영화다..ㅠ 내가 참 와닿았던 대사는 아벨이 엘라를 배신한 뒤 호텔방에서 파리한 모습으로 다시 엘라를 불러들인 씬에서 등장한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나는 평생을 잃기만 했어. 돈을 잃었고 가정을 잃었고, 친부로 알고 있던 사람이 사실은 친부가 아닌 것을 알게 된 뒤 써오던 이름마저 잃었지. 그러다 무언가를 얻게 되면 어떤 기분인 줄 알아? 정말 최고야. 그런데 모든 걸 다 가졌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너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어.
요약해서 쓰고 보니 좀 낯간지러운 대사이기도 하지만, 그 장면에서 엘라를 바라보는 아벨의 절망적인 얼굴이란... 어찌보면 나는 누군가의 그런 절망적인 얼굴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반전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영화의 스토리 전개 전반에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어지간하면 보는 영화에 만족하는 편인데, 이번 포스팅에 정리하는 두 영화는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아서 좀 아쉬움이 남는다. 여하간 잠시 시간적 여유가 생겼을 때, 원없이까지는 아니더라도 영화를 많이 봐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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