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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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분(鬱憤; indignation)일상/book 2022. 1. 20. 18:38
최근 서가에서 시선을 사로잡은 신간이 필립 로스의 『울분(indignation)』이라는 작품이다. 이전에 그의 『에브리맨』이나 『죽어가는 짐승』을 읽을 때에도 그의 작품세계가 잘 이해되지 않았었는데, 『울분』에서는 공감하는 대목이 많아 그의 세계관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아마도 소설 속 주인공인 마커스와 나와 닮았다는 점이 큰 것 같다. 마커스는 자신의 삶을 바꿔보기 위해 집을 나와 먼 곳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한다. 그는 뛰어난 두뇌와 인내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와 바라던 인생의 노선에서 점점 멀어져간다. 여기에는 자신과 맞지 않는 다른 사람 또는 상황을 경멸하는 그의 비타협적인 기질과, 한 여인에 대한 감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그의 순수함이 큰 역할을 한다. 소설에는 한국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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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로스가 말하는 노(老), 미추(美醜), 그리고 성(性)일상/book 2016. 11. 21. 00:10
& 그림은 귀신을 물리치는 일과 같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악한 것을 몰아내려 했던 것일까? 그의 가장 오래된 자기기만? 아니면 살려고 태어났지만 사는 것이 아니라 죽는다는 지식으로서 구원을 얻으려는 시도로 그림에 달려든 것일까? 갑자기 그는 무(無)에 빠져버렸다. 무라는 상태만큼이나 '무'라는 말소리에 빠져 길을 잃고 표류했다. 그러면서 두려움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모험 없이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그는 생각했다. 아무것도, 아무것도—역효과를 내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별 볼일 없는 그림을 그리는 것조차도! 그는 늘 안정에 의해 힘을 얻었다. 그것은 정지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정체였다. 이제 모든 형태의 위로는 사라졌고, 위안이라는 항목 밑에는 황폐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