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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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들일상/film 2021. 6. 20. 01:07
페드로는 카메라 꾸러미와 단출한 짐을 들고 칠레의 낯선 섬에 들어선다. 페드로는 웨딩 사진을 찍기 위해 외진 곳까지 찾아들어왔지만, 어쩐 일인지 그를 기다리는 건 꼬마신부뿐이다. 신랑은 보이지 않고 계약 종료일로 약속되었던 결혼식 일정도 기약 없이 차일피일 미뤄진다.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하는 영화는 첫 단추를 잠근 뒤로 점점 역사적인 이야기로 흐름을 넓혀 간다. 페드로는 사적인 사건의 보조적인 역할에서 폭력의 연출가로 변모해 간다. 다큐멘터리 영화라 해도 좋을 만큼 풍광이 아름답게 담긴 영화다. 그런데, 화이트 온 화이트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하양 위에 떳씌운 하양. 설원 위를 덮는 짙은 운무(雲霧)? 겨울 풍경 속에서 운무 하나가 걷히면 다른 운무가 뒤따라온다. 아니면 새하얀 인화지? 백지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