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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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송정(越松亭)여행/2025 설즈음 영양과 울진 2025. 2. 4. 19:17
영양에서 울진으로 넘어온 이튿날, 후포항에는 비가 내렸다. 여인숙의 흐린 창문이 포개져 창밖 풍경은 마치 희미해진 과거의 영상을 보는 듯했다. 밖으로 나섰을 때는 바닷바람으로 날씨가 쌀쌀한데도 눈이 아닌 비가 오는 것이 의아했다. 험상궂은 날씨와 달리 울진의 바다는 잠잠했고, 쾌청한 날씨에 거칠게 파도가 일던 지난 7번 국도 여행이 생각났다. 울진에서는 바다밖에 보이지 않았다. 머리가 새하얗던 그 많은 산등성이는 보이지 않았다. 후포항의 모든 건물들은 자석에 달라붙은 철가루처럼 오로지 해안선에 의지해 삐뚤빼뚤 열을 이루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떠 향한 곳은 월송정. 빠른 길을 버리고 부러 국도를 따라 해안가를 운전한다. 언젠가 삼상사(三上思)에 관한 구절을 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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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에서 포항까지여행/2022 겨울 7번 국도 2023. 1. 3. 22:45
월송정(越松亭) 또한 관동팔경의 하나로 나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를 꼽는다면 양양의 동호 해변과 울진의 월송정을 꼽겠다. 이 둘의 공통점을 생각해보자면 사람의 발길이 드물어서 마음 놓고 경치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인데, 내가 간 시점에 사람이 없었던 것도 있지만 동해안의 다른 명승지에 비해 관광지 조성이 덜 되어 있어서 사람의 손길이 덜 닿은 동해를 만끽할 수 있는 곳들이기도 하다. 월송정(越松亭)이라는 이름 그대로 정자에 올라서서 소나무 너머에 펼쳐진 푸른 바다는 퍽 이색적이다. 정자 앞으로 완만히 내리막을 이루는 사구(沙丘)에는 주민 두 명이 검정 깃털이 풍성한 시골닭을 풀어놓고 모래밭 위에 앉아 즐겁게 수다를 나누고 있었다. 부구리를 지나올 때까지만 해도 맑았던 하늘이 그새 변덕을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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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서 울진까지여행/2022 겨울 7번 국도 2023. 1. 2. 20:27
시간에 쫓겼던 2일차 일정을 생각해볼 때, 주어진 일정 안에서 여행을 소화하려면 경유지를 조금 줄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가용할 수 있는 일정이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나중에 되돌아보건대 2~3일 정도 말미가 더 있었다면 훨씬 더 좋은 여행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이번 여행에서 속초, 삼척, 영덕 같은 지역들은 경유하는 데 그쳤고, 포항과 경주, 부산에서는 더 둘러보고 싶었던 곳들도 충분히 둘러보지 못했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모든 여행에는 아쉬움이 뒤따르게 마련이고, 3일차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침에 조금이라도 더 일찍 움직이는 것이었다. 이른 아침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동해항을 빠져나가는 길목에 위치한 만경대(萬景臺)라는 곳이었다. 이곳은 동해안에서 ..